쇼핑천국 홍콩, 문화의 도시로 업그레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Festive Hong Kong 2010

《요즘 홍콩을 방문하면 버스 광고판과 전봇대 등 도시 곳곳에서 ‘2010 축제의 도시-홍콩(Festive Hong Kong 2010)’이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볼 수 있다. ‘쇼핑 명소’ 홍콩은 올해 도시 전역에서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 행사를 열며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명자 홍콩관광진흥청 서울지사 PR 매니저는 “홍콩에서는 1년 내내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쇼핑의 도시’ 홍콩을 ‘문화의 도시’로 알리자는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2월 제38회 홍콩아트페스티벌이 열린 데 이어 3월 제34회 홍콩국제영화제와 제1회 홍콩뮤지컬페스티벌이 개막했고 5월에는 제3회 홍콩국제아트페어가 막을 연다. 25∼28일 홍콩 현지를 찾았다.》

○ 산업단지에 갤러리-스튜디오


26일 홍콩 소호 지역에서 만난 홍콩국제아트페어의 매그너스 렌프루 디렉터는 “홍콩은 미술품 수출입에 세금이 붙지 않고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중심에 있다”며 홍콩국제아트페어가 3회 만에 성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2008년 101개 갤러리가 참가했던 홍콩국제아트페어는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참여 갤러리가 115개로 늘었고 올해는 15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5월 27∼30일 홍콩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렌프루 디렉터는 “국제아트페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국제적인 수준에 못 미치는 아트페어도 있다. 우리는 작가, 작품, 갤러리 등을 엄격하게 평가한다. 올해도 300여 개의 갤러리가 지원했지만 150여 개만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수준의 작품뿐 아니라 신선하고 깊이가 있는 것 등 다양한 수준이 나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가나아트,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등 12개 갤러리가 참가할 예정이다.

전세계 42개 예술단체 참가
아 트페스티벌 성황리 끝나
영화제-뮤지컬축제도 열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열린 홍콩아트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중국 전통 오페라의 한 장면. 홍콩은 올해 캠페인 슬로건으로 ‘2010 축제의 도시-홍콩’을 내세워 영화, 뮤지컬, 미술 등 다양한 문화축제를 열고 쇼핑 명소인 홍콩을 찾은 관광객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홍콩관광진흥청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열린 홍콩아트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중국 전통 오페라의 한 장면. 홍콩은 올해 캠페인 슬로건으로 ‘2010 축제의 도시-홍콩’을 내세워 영화, 뮤지컬, 미술 등 다양한 문화축제를 열고 쇼핑 명소인 홍콩을 찾은 관광객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홍콩관광진흥청

홍콩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 정신이 가득한 작품들을 보려면 산업단지가 몰린 포탄 지역으로 가면 된다. 25일 찾은 포탄 지역의 40층 높이 공장 빌딩은 시멘트 외벽과 철제 창문이 주는 을씨년스러운 외관 이미지와 달리 그 안에는 갤러리 3개, 작업 스튜디오 10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러시아 미술품을 전시하는 킹스 갤러리에서 일하는 조 루이 매니저는 “10년 전 미술 전공 학생들이 싼값에 넓은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단지를 찾기 시작하면서 이곳에 작업실과 갤러리가 많아졌다. 손님 중 현지인이 70%, 외국인이 3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포탄 지역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정기적으로 연다. 땅값이 비싼 홍콩에서는 소호 지역 등 중심부에 작은 전시장을 운영하고 공간 여유가 있는 산업단지에 대형 전시장을 운영하는 갤러리가 적지 않다.

○ 도시 전체가 축제 마당


지난달 25일 시작해 이달 28일 막을 내린 제38회 홍콩아트페스티벌은 개막 전에 티켓의 90%가 판매됐고 개막 후엔 모두 96%의 판매율을 보였다.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의 ‘나사의 회전’, 마린스키 발레단의 ‘돈키호테’, 러시아 피아니스트 미하일 루디의 피아노 리사이틀 등 세계 42개 예술단체에서 모인 1271명의 예술가가 공연을 펼쳤다.

5월말 개최 국제아트페어
한 국 등 150개 갤러리 참여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로


올해 34회를 맞은 홍콩국제영화제는 지난해 각각 14회, 22회가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와 도쿄영화제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아시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제는 방문객 수와 세계 첫 상영작 수에서는 부산에 밀리지만 콘텐츠를 사고파는 필름마트의 규모 등 산업적 측면에서는 더 돋보인다. 홍콩 영화의 침체와 함께 내리막길을 걷다가 필름마트를 영화제 기간에 진행하고 아시안필름어워드 같은 부대행사를 열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홍콩국제영화제는 21일 시작해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며 50여 개국의 250여 개 영화가 홍콩 전역 11개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3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는 제1회 홍콩뮤지컬축제가 열린다. ‘슈팅스타’, ‘북경에서 온 그녀’ 등 홍콩 국내외에서 온 45개 작품이 공연된다. 홍콩 문화행사 관련 정보는 ‘2010 축제의 도시-홍콩’ 웹사이트(discoverhongkong.com/festivehk20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콩=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연등-용선축제… 중국 전통문화 보존에도 눈돌려
옛건물 지키기 움직임 활발

이달 홍콩에서 열린 무이오 랜턴 페스티벌에서 관광객들이 랜턴에 소망을 적어 하늘로 띄우고 있다. 이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내려온 전통적인 기도 풍습이다. 사진 제공 홍콩관광진흥청
이달 홍콩에서 열린 무이오 랜턴 페스티벌에서 관광객들이 랜턴에 소망을 적어 하늘로 띄우고 있다. 이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내려온 전통적인 기도 풍습이다. 사진 제공 홍콩관광진흥청

홍콩에서는 세계 전역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국제 행사뿐 아니라 홍콩의 전통 문화를 알리는 지역 행사도 열린다.

홍콩 무이오 섬에서 26∼29일 열린 무이오 랜턴 페스티벌에서는 연꽃잎에 소원을 적어 물에 띄우는 행사, 대형 랜턴에 소원을 적어 하늘로 날리는 행사, 경극 등 중국 전통의식을 담은 행사가 이어졌다. 28일 찾은 무이오 섬은 물가에서 연꽃잎을 띄우기 위해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빼곡해 발걸음을 내딛기 힘들 정도였다.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지만 대다수는 홍콩 현지인이었다. 홍콩 사람들은 연꽃잎에 소원을 적어 물에 띄우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6월에는 중국 초나라 때 나라의 패망을 비관해 강물에 몸을 던져 숨진 시인 굴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용선축제가 열린다. 홍콩 지역민들이 배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 행사다.

홍콩관광진흥청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중국의학교실, 중국다과교실, 태극권 강습, 다도체험교실 등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홍콩관광진흥청 현지 안내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최신식 건축 스타일을 반영한 초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홍콩에서는 전통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도 싹트고 있다. 완차이 지역에 있는 4층짜리 낡은 주거 건물 ‘블루 하우스’도 정부 보존 건물로 지정됐다. 이 건물은 비좁은 공간에 이층침대를 놓고 여러 명이 함께 살며 공동 화장실을 쓰는 홍콩의 과거 주거환경을 보여준다.

과거 건물을 보존하는 움직임에는 홍콩 시민들이 앞장서고 있다. 1960년대 건물이 늘어선 홍콩의 윙리 거리는 당초 정부가 재개발할 예정이었지만 “과거 흔적이 모두 사라진다”는 시민들의 반발로 최근 계획을 철회했다. 이 거리를 배경으로 한 홍콩 영화 ‘Echoes Of The Rainbow’가 2010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시민들의 보존 요구가 커졌다. 홍콩 건축회사 그래비티 파트너십에서 일하는 건축가 로이 리우 씨는 “과거 홍콩 정부가 옛 건축물을 파는 데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이를 보존하는 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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