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어머니 그리며 쇼팽을 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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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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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동혁 20일부터 전국 투어


팬 카페 회원 4만여 명, 2004년 이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 연속 매진…. 국내 최초로 ‘클래식 연주가 팬덤’을 몰고 온 피아니스트 임동혁 씨(26·미국 줄리아드음악원·사진)가 전국 투어를 연다. 20일 경기 고양아람누리를 시작으로 21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24일 울산 현대예술관, 25일 부산문화회관 등지에서 팬들을 만난다. 레퍼토리는 라벨 ‘밤의 가스파르’, 쇼팽 마주르카 세 곡과 ‘폴로네즈 판타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등으로 꾸몄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쇼팽의 네 곡이 중간부를 장식한다.

2일 뉴욕에서 전화를 받은 임 씨는 “그동안 쇼팽이 그리웠다”고 했다. 한때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레이블이 부담스러워 벗어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한동안 멀리했더니 서정성과 기교를 두루 갖춘 쇼팽의 다면성이 한층 크게 다가왔다는 것. ‘폴로네즈 판타지’는 한국 팬들 앞에서 처음 선보이는 곡이고, 마주르카 세 곡은 혼자 칠 때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라벨은 줄리아드음악원에서 그를 가르치는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가 ‘동혁에게 너무 잘 맞는다’고 말해온 작곡가. 액스는 아예 라벨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것을 권했지만 이번에는 연주 도입부를 장식할 만한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과 기교적으로 까다롭기로 이름난 ‘밤의 가스파르’ 두 곡을 골랐다. 그는 “라벨의 ‘라 발스’를 칠 때는 붕붕 뜨는 것처럼 무아지경에 빠진다”며 ‘어쩌면’ 앙코르로 연주시간 15분에 가까운 ‘라 발스’를 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그에게는 생각지 못한 슬픔이 찾아왔다. 11월 18일 말레이 필하모닉과 협연하러 가는 그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왔던 어머니는 다음 날 침대에서 깨나지 못했다. 목소리가 가라앉은 임 씨는 “어머니는 영웅이었다”며 “아직 내 모습은 어머니가 만족할 정도가 아닌데… 갑자기 가셨다”고 말했다.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 쇼팽 콩쿠르 등 세계 3대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한 그에게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존재는 더 높은 목표를 위한 채찍질이 되고 있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목소리가 밝아지면서 ‘결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사귀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팬 클럽 회원 수를 깎아먹을 발언 아니냐”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모처럼 웃음소리가 들렸다.

서울 콘서트는 27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577-526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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