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기 국수전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이창호 9단(35)이 20일 강호 목진석 9단을 물리치고 4강 막차를 타면서 주형욱 5단(26)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다른 조에선 홍기표 4단(21)과 안형준 2단(21)이 대결을 펼친다. 이 9단을 제외하면 모두 국수전 본선 4강에 처음 진출했다. 이번 기에 의외의 기사들이 4강에 대거 진출한 것은 강자들이 같은 조에 몰려 일찍 탈락한 점도 있지만 안 2단이나 김정현 초단 같은 신예 기사들의 돌풍이 거셌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국수전에선 이세돌 9단의 타이틀 반납으로 국수위가 무주공산이어서 도전자 1명을 뽑지 않고 토너먼트에서 마지막 남은 2명이 결승 5번기를 둔다. 4강전 한 판을 이기면 국수위를 눈앞에 둘 수 있다.》
랭킹 1위이자 국수전을 9번 제패한 이 9단이 당연히 우승 1순위로 꼽힌다. 그는 국수전에서 아홉수에 걸린 형상이다. 50기에서 윤준상 7단에게 1 대 3으로 타이틀을 잃은 뒤 51기에선 16강 탈락, 52기 불참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번 기엔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올라 박정상 목진석 9단 등 강자들과 만나 가시밭길을 걸었다. 객관적 전력상으론 4강부터가 쉬운 셈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기복이 심해졌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13일 열린 비씨카드배 64강전에서 아마추어인 한태희 군에게 96수 만에 불계패했다. 누구에게나 질 수 있고 특히 단판 승부에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 다행히 18일 KBS바둑왕전에서 최철한 9단을 꺾고 통산 1500승(463패)을 달성해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바둑계에선 이 9단이 4강전에서 주 5단만 넘는다면 우승 확률이 90%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5번기는 의외의 변수가 적고 경험이 풍부한 기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 5단은 매일 충암연구회에 나가 어린 기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에 매진하는 노력파 기사. 그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기사들은 져도 미래가 있지만 나는 지금의 승부가 마지막이라고 느낀다”며 “(국수전 4강전이)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9단과의 대결에서 새로운 전략을 짠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려 후회 없는 바둑을 두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 홍기표 4단(20승 18패) vs 안형준 2단(35승 17패)
홍 4단은 국수전과 인연이 있는 편이다. 2004년 입단한 뒤 첫 본선 진출이 2006년 국수전이었고 52기에도 예선 결승에 올랐다. 입단 이후 존재감이 별로 없는 기사였던 그는 지난해 긴 침묵을 깼다. 삼성화재배 본선에 오르며 입단 후 처음으로 세계기전에 진출했고 국수전과 GS칼텍스배 본선에 올랐다. 안 2단과는 삼성화재배 예선 4회전에서 붙어 쾌승을 거뒀다.
그는 “안 2단은 기세가 살아있고 감각이 뛰어난 바둑”이라며 “안 2단이 힘싸움을 벌인다면 힘껏 부닥쳐 보겠다”고 말했다.
안 2단은 2008년 입단해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신예. 특히 6월 9연승으로 국수전과 명인전 본선에 잇따라 진출하며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활약으로 현재 국내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50위권 밖인 주 5단이나 홍 4단보단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번 본선에서도 유창혁 조한승 9단을 물리쳤다.
그는 “지난해 후반엔 마음이 풀어져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 4강전이 마음의 끈을 조이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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