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 국수전 10번째 ‘포옹’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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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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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 국수는 누구… 4강전 전망

《53기 국수전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이창호 9단(35)이 20일 강호 목진석 9단을 물리치고 4강 막차를 타면서 주형욱 5단(26)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다른 조에선 홍기표 4단(21)과 안형준 2단(21)이 대결을 펼친다. 이 9단을 제외하면 모두 국수전 본선 4강에 처음 진출했다. 이번 기에 의외의 기사들이 4강에 대거 진출한 것은 강자들이 같은 조에 몰려 일찍 탈락한 점도 있지만 안 2단이나 김정현 초단 같은 신예 기사들의 돌풍이 거셌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국수전에선 이세돌 9단의 타이틀 반납으로 국수위가 무주공산이어서 도전자 1명을 뽑지 않고 토너먼트에서 마지막 남은 2명이 결승 5번기를 둔다. 4강전 한 판을 이기면 국수위를 눈앞에 둘 수 있다.》

주형욱 5단 “일생일대의 기회” 李 9단과 정면승부 다짐
홍기표 4단
작년부터 상승세… “국수전과 남다른 인연”
안형준 2단 강자 잇따라 꺾고 돌풍… “마음의 끈 조일 것”

○ 이창호 9단(지난해 성적 50승 26패) vs 주형욱 5단(17승 11패)

랭킹 1위이자 국수전을 9번 제패한 이 9단이 당연히 우승 1순위로 꼽힌다. 그는 국수전에서 아홉수에 걸린 형상이다. 50기에서 윤준상 7단에게 1 대 3으로 타이틀을 잃은 뒤 51기에선 16강 탈락, 52기 불참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번 기엔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올라 박정상 목진석 9단 등 강자들과 만나 가시밭길을 걸었다. 객관적 전력상으론 4강부터가 쉬운 셈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기복이 심해졌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13일 열린 비씨카드배 64강전에서 아마추어인 한태희 군에게 96수 만에 불계패했다. 누구에게나 질 수 있고 특히 단판 승부에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 다행히 18일 KBS바둑왕전에서 최철한 9단을 꺾고 통산 1500승(463패)을 달성해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바둑계에선 이 9단이 4강전에서 주 5단만 넘는다면 우승 확률이 90%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5번기는 의외의 변수가 적고 경험이 풍부한 기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 5단은 매일 충암연구회에 나가 어린 기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에 매진하는 노력파 기사. 그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기사들은 져도 미래가 있지만 나는 지금의 승부가 마지막이라고 느낀다”며 “(국수전 4강전이)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9단과의 대결에서 새로운 전략을 짠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려 후회 없는 바둑을 두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 홍기표 4단(20승 18패) vs 안형준 2단(35승 17패)

홍 4단은 국수전과 인연이 있는 편이다. 2004년 입단한 뒤 첫 본선 진출이 2006년 국수전이었고 52기에도 예선 결승에 올랐다. 입단 이후 존재감이 별로 없는 기사였던 그는 지난해 긴 침묵을 깼다. 삼성화재배 본선에 오르며 입단 후 처음으로 세계기전에 진출했고 국수전과 GS칼텍스배 본선에 올랐다. 안 2단과는 삼성화재배 예선 4회전에서 붙어 쾌승을 거뒀다.

그는 “안 2단은 기세가 살아있고 감각이 뛰어난 바둑”이라며 “안 2단이 힘싸움을 벌인다면 힘껏 부닥쳐 보겠다”고 말했다.

안 2단은 2008년 입단해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신예. 특히 6월 9연승으로 국수전과 명인전 본선에 잇따라 진출하며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활약으로 현재 국내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50위권 밖인 주 5단이나 홍 4단보단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번 본선에서도 유창혁 조한승 9단을 물리쳤다.

그는 “지난해 후반엔 마음이 풀어져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 4강전이 마음의 끈을 조이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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