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일상 속 지나치기 쉬운 ‘病의 근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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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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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저녁식사/조너선 에드로 지음·이유정 옮김/320쪽·1만4000원·모요사

1989년 2월 19일 저녁, 미국 뉴욕 주 킹스턴의 한 가정집에 주인 부부와 이웃 6명이 모였다. 치즈볼 샐러드 파스타 마늘빵 미트볼에 와인과 커피를 곁들인 식사였다. 이 평범한 저녁이 ‘잊을 수 없는 저녁’이 되는 데는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함께 식사했던 6명 중 3명이 심각한 마비 증세로 입원한 것이다.

의료진은 이들이 먹은 음식을 조사한 뒤 문제가 빵에 바른 마늘오일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일에 담긴 마늘처럼 무산소 상태의 음식에서 활성화되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이라는 세균이 원인이었다. 섭씨 80도 이상에서 15분 이상 가열해야 독소가 빠져나가는데 마늘오일을 바른 빵을 굽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다. 보툴리눔 독소증은 1950, 60년대까지만 해도 치사율이 약 50%에 달했다.

아기가 이유 없이 열과 설사 증세를 보이고 어른에게도 커졌다 작아지는 폐암 덩어리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조깅과 건강식품 챙기기가 일상인 여성이 갑자기 복수가 차오르는 증상을 겪기도 한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의사들이 추적해내는 과정을 실제 사례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1981년 4월 미국 하와이로 휴가를 떠난 조안 영은 발이 붓기 시작했을 때 장시간의 비행 탓으로 여겼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 5월 말까지 체중이 9kg이나 늘었다. 배에 찬 복수가 원인이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초음파검사, 간조직검사까지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원인이 밝혀졌다. 바로 건강을 위해 챙기던 컴프리라는 식물로 만든 캡슐과 차가 문제였다. 이 식물 속에 간 혈관에 염증을 유발하는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류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컴프리는 복용금지 식품이 됐다. 저자는 “자연식품을 복용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큰 오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음식물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우리가 살고 있는 실내환경, 혹은 인체의 세포 내부까지 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저자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병의 근원을 밝히며 배경지식과 예방상식을 함께 전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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