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잘 보면 보인다

  • 동아일보

위장 (리넨에 아크릴과 실크스크린 203.8x193.7cm 1986)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다양한 가발과 선글라스로 겉모습을 감추고, 사람을 만날 때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던 워홀. 얼굴과 생각을 감추는 데 익숙한 그가 위장(camouflage) 패턴을 소재로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하면 추상적이면서도 정말로 추상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군복에 사용되는 문양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위장 문양은 추상적이지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연상이 가능한 두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말년의 ‘위장’ 시리즈는 워홀의 추상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작업이다. 그는 군사적 용도로 알려진 문양을 재해석해 볼거리를 연출한다. 일상적 사물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특유의 장기를 발휘한 것. 여기서 영감을 얻은 패션디자이너 발렌티노는 ‘NO WAR, JUST WARHOL’이란 제목 아래 워홀의 위장 문양을 모티브로 삼은 옷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군복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색상으로 완성한 대작이다. 워홀은 같은 문양으로 밝고 화려한 색채의 작품도 만들었다. 또 자화상과 독일 현대미술가 요제프 보이스의 초상, ‘자유의 여신상’ 등 여러 작품에서 위장 문양을 활용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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