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이상남 씨가 경기도미술관에 선보인 46m 길이의 벽화 ‘풍경의 알고리듬’. 사진 제공 경기도미술관
밋밋하던 공간에 팔딱팔딱 맥박이 뛰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원래부터 있었던 양 의젓하게 자리 잡은 새로운 벽화 덕분이다. 낡고 장식적 기능으로 생각돼 온 벽화가 21세기에 어울리는 역동적인 캔버스로 변신한 것이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로비 위쪽에 가로 46m, 세로 5.5m에 이르는 벽화가 신소장품으로 선보인 것이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상남 씨의 ‘풍경의 알고리듬’이란 벽화다.
흰색의 매끄러운 바탕에 원과 직선을 변형한 검은색의 기하학적 아이콘이 춤추듯 떠다닌다. 66개의 스테인리스스틸 패널에 자동차 도료를 수없이 덧칠해 완성한 이미지들이 평범했던 공간에 새로운 리듬과 역동적 에너지를 선사한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혹은 자연 광과 조명에 따라 벽화가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흥미롭다.
작가 이 씨는 “고국을 떠나 30년 만에 보고서 형식의 작업을 공공을 위해 선보이고자 시도했다”며 “건축 미디어아트 사진 등 다른 매체의 위협을 받으며 아사 직전에 처한 회화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의 전력투구 덕분에 회화의 열정적 에너지가 녹아든 벽화는 현대적 건축에 눌리지 않는 인상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미술관의 부족한 예산을 기업(커피 빈 코리아)의 메세나 지원을 통해 메워 준 것도 공공미술의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한 미담이다. 이 벽화는 30일 시작되는 신소장품전에 맞춰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031-481-7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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