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이면 한 마을에 생명수” 5년간 1000개의 희망이 솟다

  • 동아일보

지구촌공생회 ‘캄보디아 우물 파주기’ 사업 현장 가보니…

초등학교-유치원 설립
문맹퇴치 활동도 활발

연예인 홍보대사 활동 등
각계각층 동참 잇달아

캄보디아 캄폿 주 지아심 고교에서 열린 ‘생명의 우물 1000’ 완공식에서 기증자 송명례 할머니(줄 잡은 이들 중 왼쪽), 지구촌공생회 송월주 이사장(가운데), 전원주 홍보대사 등이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지구촌공생회
캄보디아 캄폿 주 지아심 고교에서 열린 ‘생명의 우물 1000’ 완공식에서 기증자 송명례 할머니(줄 잡은 이들 중 왼쪽), 지구촌공생회 송월주 이사장(가운데), 전원주 홍보대사 등이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지구촌공생회
지구촌공생회(Good Hands·이사장 송월주 스님)가 캄보디아에서 추진해온 ‘생명의 우물’ 사업이 5년 만에 1000개를 넘어서는 결실을 봤다. 월주 스님과 지구촌공생회 관계자 및 후원자 등 40여 명은 10일부터 5일간 캄보디아를 방문해 성대한 기념식을 가졌다.

특히 11일 오전 수도 프놈펜에서 승합차로 3시간 반가량 떨어진 앙고 제이군 다니면 지아심 고등학교에서 열린 ‘생명의 우물 1000 완공식’ 행사에는 캄보디아 농촌개발부 체아 소파라 장관과 현지 주지사, 이경수 주 캄보디아 대사 내외, 학생, 주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캄보디아 국왕은 소파라 장관을 통해 월주 스님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지구촌공생회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이 2003년 창립한 국제개발구호 비정부기구(NGO). 스님의 30년 화두인 ‘깨달음의 사회화’를 국제화하기 위해 창립됐으며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미안먀 네팔 스리랑카와 아프리카의 케냐 등 7개국에 지부를 두고 안전한 식수 공급을 위한 ‘생명의 우물’ 사업, 어린이들의 문맹 퇴치를 위한 ‘어린이 교육지원사업’ 및 지역주민 자립화를 위한 소득 증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공생회가 캄보디아에 처음 우물을 파기 시작한 때는 2004년 11월. 농촌 지역 대부분이 연중 4개월은 빗물을 항아리에 받아 먹고, 나머지 8개월은 웅덩이 물을 가라앉혀 먹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많은 어린이가 피부병 기생충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우물 1개를 파는 데 드는 비용은 약 70만 원. 당초 100개만 팔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후원이 답지해 운동을 이어 나갔다. 그사이 초등학교 2곳과 유치원 2곳도 설립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80개를 지원하고 환경재단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불교 신도와 일반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후원자 중에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대통령홍보수석비서실도 포함돼 있다. 월주 스님은 그동안 열대여섯 차례나 현지를 방문해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수질검사 등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지구촌공생회 ‘생명의 물’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룹 ‘소녀시대’.
지구촌공생회 ‘생명의 물’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룹 ‘소녀시대’.
특히 감동적인 사연은 1000번째 ‘생명의 우물’ 후원 주인공으로 선정된 송명례 할머니(71)의 경우. 경기 화성시에 사는 송 할머니는 전 재산 1억1000만 원을 공생회에 희사해 부처님의 고향인 네팔 룸비니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을 당부했다. 또 할머니는 ‘생명의 우물’ 사업에 관한 얘기를 듣고 70만 원을 희사했다. 할머니는 “나 죽은 뒤 절을 하나 보시할 생각이었는데 시절 인연이 닿아 과분한 기쁨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1000개의 우물을 파는 과정에서 탤런트 전원주 선우용녀 박상면 씨가 지구촌공생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전 씨와 선우 씨는 이번 행사에 동행했다. 가수 ‘비’도 2007년 환경재단을 통해 우물 60개를 팔 수 있도록 3000만 원을 희사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걸그룹 ‘소녀시대’가 ‘생명의 우물’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종교가 서로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어떠한 이념도 종교도 우선시될 수 없다”며 “앞으로 방송이나 콘서트를 통해 ‘생명의 우물’ 사업과 지구촌의 빈곤 국가를 돕는 일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 등은 12, 13일 캄보디아 불교 최고 지도자인 템퐁 종정 스님을 예방했고, 우물 관리 실태와 우물이 필요한 지역을 방문했다. 또 스님이 회주로 있는 서울 영화사 신도들이 중심이 돼 세운 다덴 지역의 영화초교를 방문해 전교생 260여 명을 격려했다. 공생회 측은 ‘생명의 우물’ 사업에 2억여 원 상당을 지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명예회장 모자와 고문인 황인성 전 국무총리 명의로 1001∼1003번째 우물을 팔 예정이다.

월주 스님은 “보시를 한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사업이 됐다”며 “올해도 우물 250여 개를 더 팔 계획이며 아프리카 몽골 등지에도 이 사업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의 02-455-9596

프놈펜·캄폿=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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