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문화의 향연, 동아일보가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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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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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연 전시문화를 이끌어온 동아일보가 새해에도 다양한 문화사업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상임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지휘로 14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비단결 같은 현(絃)으로 이름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프랑스 음악의 거장 샤를 뒤투아 지휘로 서울을 찾아온다.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살아 있는 거장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아프리카 사진전은 ‘검은 대륙’의 오늘을 조명하는 전시에 유니세프와 함께하는 교육 봉사활동을 곁들여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전은 어린이와 학부모를 위한 알찬체험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991년 르완다에서 촬영한 ‘마타 차밭에서 일하는 아이’. 싸움이나 다툼이라는 단어를 전혀 모를 듯한 순진무구한 얼굴이다. 3년 뒤 르완다에서 벌어진 인종 학살에서 이 아이가 겪었을 시련을 생각해 보면 밝은 웃음 위로 슬프게 눈물짓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사진 제공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1991년 르완다에서 촬영한 ‘마타 차밭에서 일하는 아이’. 싸움이나 다툼이라는 단어를 전혀 모를 듯한 순진무구한 얼굴이다. 3년 뒤 르완다에서 벌어진 인종 학살에서 이 아이가 겪었을 시련을 생각해 보면 밝은 웃음 위로 슬프게 눈물짓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사진 제공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 사진 거장 살가두 ‘아프리카’전 1.6∼2.28

분쟁-기아의 땅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다


“나는 인류의 비극을 찍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잔혹한 상황에서도 살려고 하는 인간의 존엄을 찍는 것이다.”

브라질 태생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65)의 말이다. 포토저널리즘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려온 그가 ‘36년간 아프리카에서 해온 작업의 르포르타주’를 새해 한국에서 펼쳐 보인다.

‘파가라우 방목 캠프의 틴카족’(수단 남부·2006년·위)과 ‘창구구 근교 농원에서 찻잎따기’(르완다·1991년).
‘파가라우 방목 캠프의 틴카족’(수단 남부·2006년·위)과 ‘창구구 근교 농원에서 찻잎따기’(르완다·1991년).
고난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영혼이 깃든 흑백사진 100점을 1월 6일∼2월 2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전에서 만날 수 있다. 동아일보와 고양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다. 아프리카전은 한국 전시에 앞서 지난해 10∼12월 일본 도쿄도사진미술관에서 열려 개관 이래 최대 관객 수(5만 명)를 기록했다.

전쟁과 내란이 빚어낸 무고한 희생, 지독한 가난 때문에 뼈와 가죽만 남은 아기, 인간과 소 떼가 어우러지는 난민캠프의 분주한 아침…. 일찍이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서구의 식민 지배를 거치면서 끝없는 분쟁과 가난에 시달려온 ‘검은 대륙’의 희로애락이 아프리카전에서 펼쳐진다.

1973년 처음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작품부터 르완다 등 분쟁 현장의 참상을 기록한 사진, ‘국경 없는 의사회’와 협력해 기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취재한 ‘사헬’ 시리즈, 웅장한 자연 풍광을 담은 ‘창세기’ 시리즈까지 비극과 감동이 공존하는 작품 100점을 선보인다.

그는 니제르에서 시작해 앙골라, 모잠비크, 스페인령 사하라에서 독립전쟁을 취재했다. 에티오피아, 수단, 차드의 간벌(間伐)로 황폐해진 땅과 기아, 르완다의 대량 학살이 그의 사진에 새겨졌다.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산과 평야, 사막의 야생동물과 고대 식물군, 현대사회와 격리돼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나미비아의 힌바족, 수단 남부의 틴카족, 르완다의 마운틴고릴라부터 르완다에서 콩고, 우간다에 이르는 비룽가 화산지대도 렌즈에 담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08년 가을 살가두 씨는 두 달간 에티오피아에서 보냈다. 원시의 산, 토착민,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을 촬영했다. 마치 3000∼5000년 전 원시인들이 여행했던 것처럼 돌아다니며 촬영한다”(5월 27일자)고 전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작가의 시각, 그가 보고 배운 것들이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아프리카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고 동정심이 생겨났다면 내 사진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아프리카는 굶주림과 분쟁 이상의 다양성을 지닌 대륙이다. 내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다시 바라보기 바란다.”

일본 도쿄도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아프리카전을 둘러본 일본 원로 보도사진가 이마조 리키오 씨는 “잔혹하고 비참한 다른 보도사진과 달리 살가두 씨의 사진은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간미와 독특한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가혹한 풍경, 누추한 삶을 찍은 사진에도 인간의 숭고한 존엄과 기품이 깃들어 있는 점이 살가두 씨 사진의 미덕이다.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긍정의 힘까지 그는 사진에 담아낼 줄 안다.

브라질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살가두 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71년 영국의 국제커피기구에서 근무하다 아프리카를 방문한 뒤 사진에 빠져들어 독학으로 사진을 익혔고 감마통신사와 매그넘에서 활동하며 다큐 사진작가로 변신한다.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1980년대 후반부터 그는 세계를 돌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렌즈에 담는 장기 프로젝트를 펼쳤다. 브라질 세라페라다 금광에서 셔츠와 팬티만 걸친 일꾼, 콩깍지처럼 줄지어 짐을 나르는 노동자들을 통해 노동의 의미를 묻는 7년 프로젝트 ‘노동자들’, 분쟁과 자연재해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을 다룬 6년 프로젝트 ‘난민들’에 이어 2004년부터는 자연을 다룬 ‘창세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아시아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살가두 씨는 사진작업으로 번 돈으로 소아마비 박멸을 위한 의약품을 구입해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국경 없는 의사회와 함께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전을 관람한 어린이와 청소년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소비자시민모임’이 준비한 활동에 참여하고 봉사활동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에너지 절약 등 힘 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 아프리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을 배운다. 전시 관람 후 감상문을 제출하면 유니세프와 동아일보가 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한다.

“사진 한 장 한 장은 개인의 인생 한 장면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를 통해 보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 그대로를 얘기한다. 사진 그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하나의 의문을 우리들에게 던져 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하는 마리스 얀손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하는 마리스 얀손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다채로운 올해의 문화사업

세계적 오케스트라 ‘귀 쫑긋’
실크로드 대문명에 ‘눈 번쩍’


네덜란드의 문화적 자존심으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1996년 내한 이후 14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다. 여섯 번째 상임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 지휘로 11월 12, 13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펼친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2008년 세계 최고 권위의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선정한 ‘월드 베스트 오케스트라 20선’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악단. 차분하면서 유려한 울림과 함께 난해한 악구에서도 흔들림 없는 기술적 완성도가 이들의 자랑거리다. 12일에는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f단조를 연주한다. 13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로시니 빌헬름 텔(기욤 텔) 서곡,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상임지휘자 얀손스는 라트비아 출신으로 러시아와 독일, 북유럽의 방대한 관현악 레퍼토리를 망라하면서 작품의 핵심을 꿰뚫는 냉철한 해석을 보여 수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샤를 뒤투아.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샤를 뒤투아.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이 자랑하는 ‘벨벳 사운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4월 30일, 5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수석 지휘자 겸 예술고문인 샤를 뒤투아 지휘로 콘서트를 연다. 이 오케스트라는 옛 상임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유진 오먼디, 볼프강 자발리슈 등이 발전시킨 부드럽고 유려한 현의 음향과 안정된 밸런스로 더없이 호사스러운 음향을 전 세계에 선사해왔다. 뒤투아가 장기를 가진 베를리오즈, 라벨 등의 프랑스 관현악 작품을 선보일 예정. 그는 1977년부터 25년 동안이나 캐나다 몬트리올 교향악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데카 레이블로 드뷔시, 생상스 등 수많은 프랑스 관현악곡 음반을 내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6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콩쿠르는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성악 분야에서 열린다. 4월 16∼24일 서울 예술의 전당. 세계 곳곳에서 기량을 닦아온 최고의 젊은 남녀 성악가들이 오페라와 예술가곡으로 바그너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연상시키는 ‘성악 배틀’을 펼친다.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거쳐 이스탄불에 이르는 실크로드는 기원전 4세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동서문물의 가교. 중국 내 실크로드 핵심 지역인 중앙아시아 일대의 유물을 체계적으로 선보이는 실크로드 대문명전이 동아일보 국립중앙박물관 주최로 12월 14일부터 2011년 3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비롯해 간쑤 성, 닝샤후이족자치구, 산시 성 등 실크로드 핵심 지역의 유물과 최근 발견된 실크로드의 주역이었던 소그드인들의 유물 등 200여 점을 전시해 동서문물 교류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하고 고대 한국문화와의 연계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앤디 워홀 특별전 ∼4.4

거장이 연 팝아트 세계,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의 피곤에 찌든 미소와 빨간색 캠벨 스프 깡통.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다. 동아일보가 창간 90년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 MBC와 함께 주최하는 ‘시대를 초월한 팝 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 특별전은 익숙하게 알려진 대표작에 머무르지 않고 워홀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 전반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지난해 12월 12일 시작한 이 전시는 4월 4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미국 피츠버그의 앤디 워홀 미술관, 뉴욕의 앤디 워홀 재단,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 미술관의 협력으로 페인팅과 실크스크린 102개 작품, 문서 사진 잡지 등 283개 자료를 한자리에 모았다. 10개 섹션에 나눠 전시하는 작품 가운데 ‘그림자 시리즈’와 ‘산화’ 등 7점의 추상화는 그동안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워홀은 1928년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이주노동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공대를 졸업한 광고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1960년대 초 ‘캠벨 수프 깡통’ 등 실크스크린 작품을 발표하며 팝 아트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자이너 시절 작품과 ‘브릴로 상자’, ‘코카콜라 병’, ‘자화상 시리즈’ 등의 팝 아트 대표작을 함께 볼 수 있다. 그가 생전에 입던 재킷과 바지, 애용하던 가발을 쓴 마네킹도 전시한다. 마이클 잭슨, 비틀스, 알리, 아인슈타인 같은 유명인의 얼굴을 강렬한 이미지로 재생산한 ‘초상화 시리즈’, 그가 창간한 패션잡지 ‘인터뷰’ 실물 자료,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와의 음악작업 영상도 선보인다.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14일부터 2월 27일까지 진행하는 ‘앤디 워홀을 에코 백에 담다’에서는 직물 봉투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여러 가지 이미지를 그려본다. 13일부터 2월 5일까지 열리는 ‘팝 칠드런’은 초등학생이 대상이다.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작품에 대한 느낌을 발표한 뒤 판화를 그린다. 02-548-869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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