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무용수들 배역 이해력 돋보여… 무대효과 다소 떨어져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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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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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연기 ★★★★ 무대연출 ★★★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이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한 ‘호두까기 인형’. 자연스러운 극의 진행과 무용수들의 정제된 기교가 돋보였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이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한 ‘호두까기 인형’. 자연스러운 극의 진행과 무용수들의 정제된 기교가 돋보였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을 다룬 ‘호두까기 인형’은 커다란 트리와 선물, 축배와 놀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몽롱한 마술로 채워진 발레다. 연말마다 세계 도처에서 인기를 누리며, 한국에서도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20년 이상 공연해 대중적 발레로 자리 잡았다.

성남아트센터가 초청해 22∼26일 무대에 오른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단체의 한국 초연으로 관심을 모았다.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초연 이후 각국의 여러 발레단이 개작했기 때문에 같은 러시아 계보라도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이번 공연은 눈송이 군무 의상이 로맨틱 튀튀(긴 치마)라는 점, 2막 주역 춤이 6인무로 짜여 기사들이 공주를 차례로 던지고 지탱하며 소녀의 환상을 강조한 점이 국립발레단 버전보다 유니버설발레단에 가깝다.

압축된 극적 연결성은 이 공연의 큰 장점이었다. 파티의 노인들이나 집주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론이고 출연진 전원의 배역 이해력이 돋보였고, 인형 입에서 꺼낸 호두를 맛보는 마리와 남동생, 떨어진 인형 목을 다시 붙여 왕자로 변신시키는 아저씨, 마리가 쥐왕에게 신발을 던져 싸움에서 이긴 사실을 공주에게 알리는 호두까기 왕자의 마임까지 스토리텔링 기능이 중요한 고전발레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정제된 발레기교 구사는 때로 실수로 연결됐으나 젊은 스타들이 기를 쓰며 고수한 정직한 정확성은 오히려 희망적이다. 그 덕분에 관객은 늘씬한 네 귀족이 옆으로 날아 이동하며 보인 발레 라인의 정수, 공주 역 베라 사반체바가 지닌 발레요정의 신비감, 안정된 기량으로 극을 끌어간 마리의 생동감, ‘중국 춤’ 남자 무용수의 놀라운 도약, 조직적인 고전미의 절정인 ‘꽃의 왈츠’, 2인무 숙련도를 과시하는 재빠른 포즈 완성과 전환의 묘미를 흡족하게 즐겼다. 악기별 특성을 살린 장식음과 춤의 흥취를 일깨우며 다양한 멜로디를 구사한 오케스트라의 도움도 컸다.

반면 무대미술과 의상은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1막 2장 쥐 군무의 반복적 도약 시퀀스가 두 번 연속되면서 긴장감을 상실한 점, 3장 눈송이 군무가 대형과 기교의 단조로움으로 환상효과를 약화시킨 점도 결국 동화적 상상의 절정인 무대효과 부재와 연관된다. 그러나 이는 알맹이에 비해 포장이 초라한 보기 드문 경우로, 언제나 보완이 가능한 부차적 문제다.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성남아트센터의 연말 공연으로 정착시킬 가치가 충분했다.

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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