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만패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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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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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표 4단 ● 김정현 초단
본선 8강전 1국 5보(75∼95) 덤 6집 반 각 3시간

흑 75, 77로 틀어막은 것이 좋은 수. 김정현 초단은 이미 대마몰이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좌변 백처럼 안형이 풍부한 대마를 무리하게 추궁하다간 거꾸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김 초단은 적당히 백을 살려주고 상변을 통째로 먹으려고 하는 눈치다. 백도 흑의 속셈을 알고 있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에 흑이 하자는 대로 이끌려갈 수밖에 없다.

백 78은 속수처럼 보이지만 흑 세력에 흠집을 남겨놓기 위한 고육책. 흑 90까지 백은 중앙 흑 돌을 잡고 살아갔고 흑은 상변을 감싸 안은 대세력을 만들었다. 여기까지 결과는 흑이 유리하다.

무심히 툭 던진 것 같은 흑 91도 교묘한 응수타진이다. 참고도 백 1로 받아주면 흑 2로 상변에 어마어마한 집 모양이 생긴다. 흑 세가 워낙 두터워 백이 상변으로 침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만약 흑이 91을 생략하고 상변으로 달려가면 어떨까. 그땐 좌변 흑이 곤경에 빠진다. 흑 91과 참고도 백 1의 교환이 있어야만 좌변 흑이 무사히 좌상 흑과 연결할 수 있다.

참고도는 백에게 패배를 의미한다. 백 92는 당연한 반격. 흑 95까지 졸지에 엄청난 패가 생겼다. 백은 패에서 지면 끝이다. 백은 흑이 어떤 패를 쓰든 만패불청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흑은 반상에서 제일 큰 팻감을 써야 한다. 그곳은 어디일까. 흑이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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