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흑인 손님에겐 왜 화대를 적게 받을까?’… 경제학 비틀기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슈퍼 괴짜경제학/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지음·안진환 옮김/348쪽·1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슈퍼 괴짜경제학’은 매춘부가 화대를 정하는 방식에서 ‘가격차별’과 같은 경제학 이론을 소개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슈퍼 괴짜경제학’은 매춘부가 화대를 정하는 방식에서 ‘가격차별’과 같은 경제학 이론을 소개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작인 ‘괴짜 경제학’이 마약 판매상, KKK단 등 독특한 소재를 다뤘던 것처럼 이 책의 소재도 엉뚱하다. 매춘부의 경험담, 사람을 죽인 의사들의 잘못된 관행, 하이브리드 차를 타면 안 되는 이유 등이다. 저자들은 이런 소재를 통해 일반인이 갖는 선입견과 그것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밝히는 통찰을 보여준다. 딱히 경제학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통해 사람들의 결정 방식과 마음을 바꾸는 방식을 설명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일하는 매춘부들은 백인 손님보다 흑인 손님에게 화대를 적게 받는다. 화대를 자꾸 흥정하는 흑인들에게는 가격을 단호하게 제시해 더는 값을 깎지 못하게 하는 반면, 부유한 백인 손님에게는 그들이 직접 가격을 제시하게 함으로써 원래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화대를 받아내는 ‘가격 차별’ 전략을 쓴다. 저자들은 “고객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고 상품의 재판매가 불가능하기만 하면 가격 차별은 어디에서나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외부효과’를 끌어들여 세상이 의도와 다르게 돌아가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들은 여러 통계를 예로 들어 많은 의사가 손을 씻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주 저렴한 비용(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편익(높은 치료율)을 얻을 수 있는데도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는 이유는 인센티브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죽는 것은 환자이지 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손을 씻을 때마다 스타벅스 카드를 주고 손을 세균배양 접시에 찍은 뒤 세균덩어리를 컴퓨터 스크린세이버로 보여줌으로써 100% 가까이 손 세척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책의 뒷부분은 환경문제에 할애한다. 저자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고 마트에 가서 쇠고기를 사봤자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고 말한다. 소가 되새김질하며 내뿜는 가스가 자동차보다 25배나 온실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 지역농산물을 구매하는 신토불이 운동 역시 실제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음식물 관련 온실가스의 80%는 운송과정이 아닌 생산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환경문제를 대하는 일반인의 태도가 일종의 종교에 가깝다고 비판하며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직시하라고 지적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