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최연소보다 최고 꿈꾸는 열일곱 ‘백조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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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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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13일 국립발레단이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에서 김기민 군(한국예술종합학교 2년)이 주역인 왕자 역을 맡았다. 올해 열일곱 살. 국내 프로무대 주역 발레리노로 최연소 데뷔 무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리노 이원국 씨의 제자로 발레를 시작한 그는 6월 모스크바 콩쿠르의 주니어 부문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수상하며 발레계 샛별로 떠올랐다. 11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김 군을 만났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주역 맡은 김기민 군

○ ‘할아버지’ 혹은 ‘애늙은이’

“최연소라는 꼬리표를 빨리 떼버리고 싶어요. 최연소가 아니라 최고로 불리고 싶기 때문이죠.”

인터뷰용으로 준비한 말 같지 않았다. 말투가 그랬다. 그런 그의 별명은 ‘애늙은이’다. 그를 왕자 역으로 발탁한 최태지 국립발레단장도 처음 김 군을 만나 “몇 살이니, 진짜야?”라며 나이를 거듭 확인했다고 한다. “얘기하다 보면 10대인지 30대 후반인지 헷갈려요. 이 친구를 발탁한 게 파격이라고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그 나이에 보통 가질 수 없는 ‘진지한 우아함’이 있죠. ‘백조의 호수’ 왕자 역에 딱이에요.”

김 군은 “형누나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어른처럼 말하는 습관이 든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가 예의 애늙은이처럼 털어놓는 포부. “정해진 안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이 있는 춤을 추고 싶은데… 사실 지금은 공연 앞두고 다치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영재과정에 입학한 그는 조기졸업을 신청한 상태다. ‘하루라도 빨리 프로 무대에 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 능글맞은 스펀지

김 군을 지도하는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김기민은 이원국 김용걸 김현웅을 잇는 차세대 발레리노”라고 평했다. 김 교수가 꼽는 그의 장점은 회전력과 점프력. 김 교수는 “영화 ‘백야’에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11바퀴를 돌았지만 김 군은 16바퀴도 거뜬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다양한 색깔을 상황에 맞게 뿜어내는 순발력과 새로운 안무에 대한 흡수력’을 더 큰 강점으로 꼽았다.

김 군은 “피루에트(Pirouette·회전)뿐 아니라 투르앙레르(Tours en L'Air·공중회전) 같은 공중 테크닉도 자신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반면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도 냉정했다. “발레가 테크닉만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관객들이 실제로 감동받는 부분은 테크닉이 아니라 섬세한 감정표현이니까요.” 평소 유일한 취미가 ‘스릴러 영화 보기’였다는 그는 감정 연기를 위해 이제는 멜로드라마를 챙겨보고 있다.

○ 지독한 연습벌레

친형 기완 씨(20)는 한예종 무용원 2학년에 동생과 함께 재학 중이다. 그는 동생이 ‘독한 연습벌레이자 자기 관리의 왕’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 기민이는 살짝 휜 다리였어요. 체형 때문에 무릎이 안 좋아지자 자기만의 체형 변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습하더군요. 매일 2시간씩 3년 동안 연습하더니 지금은 딴 사람 다리가 됐죠.”

어른스러운 김 군에게 의외의 면이 있었으니 그건 형을 ‘형아’라고 부르는 버릇이다.

“발레학원에 다니는 형아를 보고 발레를 시작했다”는 김 군은 “형아는 동작 하나하나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 코치이자 항상 붙어 있는 단짝”이라고 했다. 그만큼 형은 그가 발레를 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다. 경쟁심이 발동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격도 춤의 분위기도 다르니 경쟁이랄 것도 없어요. 그래도 아침마다 누가 일찍 일어나는지 내기할 땐 제가 이기죠.”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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