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그 흉내내다간 여친한테 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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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 개그콘서트 ‘남보원’ 코너 인기 상한가데이트할때 남성들 불만을 개그 소재로“네 생일엔 명품 선물, 내 생일엔 십자수?”

KBS2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멤버인 최효종, 황현희, 박성호(왼쪽부터)를 16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휴게실에서 만났다. 데이트 중 남성이 갖는 불만을 개그로 풀어내 웃음을 주고 있지만 황현희는 “여자친구에게 불만을 말하면 퇴짜 맞을지 모른다. 따라 하지 말아 달라”며 웃었다. 사진 제공 KBS
KBS2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멤버인 최효종, 황현희, 박성호(왼쪽부터)를 16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휴게실에서 만났다. 데이트 중 남성이 갖는 불만을 개그로 풀어내 웃음을 주고 있지만 황현희는 “여자친구에게 불만을 말하면 퇴짜 맞을지 모른다. 따라 하지 말아 달라”며 웃었다. 사진 제공 KBS
부쩍 쌀쌀해진 가을밤. 한 커플이 데이트를 하다가 남성이 여성에게 겉옷을 벗어준다. 흔히 볼 수 있는 정다운 풍경이지만 이 남성도 추운 것은 마찬가지다.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의 황현희는 18일 방송에서 이렇게 외쳤다. “벗어 달라 강요 마라. 가을밤엔 나도 춥다.” “나도 안에 반팔이다. 체지방은 네가 많다.” 남성 관객들은 환호하고 여성 관객들조차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시작한 ‘남보원’은 이렇게 데이트할 때 남성의 불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황현희 박성호 최효종 등 이 코너의 출연진은 ‘네 생일엔 명품 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 ‘커피 값은 내가 내고, 쿠폰 도장은 네가 찍냐’ ‘커피 값도 내가 냈다. 진동 오면 네가 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녹화 스튜디오에 있는 남성 관객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남성 관객들은 쭈뼛쭈뼛 일어나 구호를 외치지만 옆에 앉은 여자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게 웃음 포인트다.

입으로 남성 인권을 외치는 ‘남보원’ 멤버들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16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만난 그들은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며 웃었다.

황현희는 “실제 여자친구에게 ‘너도 좀 돈을 내라’며 불만을 얘기하면 당장 속 좁은 남자로 찍힐 것”이라며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을 개그로 소화했기 때문에 웃음이 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코너의 아이디어는 연출 김석현 PD가 냈다. 정부 부처에 여성부가 있는데 남성부는 없으니 개그에서나마 출범시켜 보자는 것. “외국은 데이트 비용도 남녀가 각자 부담하잖아요. 우리나라는 남자가 대부분 내야 하고 또 그런 불만을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 개그 소재로 딱이다 싶었죠.”(황현희)

KBS2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멤버들이 녹화 중 남성 관객의 동참을 호소하는 모습. 사진 제공 KBS
KBS2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멤버들이 녹화 중 남성 관객의 동참을 호소하는 모습. 사진 제공 KBS
‘남보원’ 멤버들은 자칫 코너가 ‘찌질남’(소심하고 쩨쩨한 남성)들의 넋두리가 될까 봐 걱정했지만 방송 한 달 만에 ‘개콘’의 간판이 됐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비난보다 공감을 하며 박수를 쳐준다. 최효종은 “두 살 연상의 여자친구가 ‘재밌다’며 적극 응원해 준다. 아이디어를 종종 주기도 한다”며 웃었다.

황현희는 지난달 27일 방송에선 “뽕 넣는 거 인정한다! 키 높이도 인정해라. A컵도 인정한다! 160cm도 인정해라”며 신고 있던 키 높이 구두를 벗어 실제 키를 공개하기도 했다. 황현희는 “방송 이후 ‘키가 정말 160cm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171cm”라며 웃었다.

‘남보원’의 웃음보는 박성호 부분에서 터진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처럼 한복에 턱수염을 붙이고, 오른쪽 눈 아래 점까지 찍은 그는 같은 당 권영길 의원의 어투로 이렇게 말한다. “여성 여러분, (남성이 사준) 마키아토 한잔 쭉 빨고 계십니까. 그래서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박성호는 이로 인해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깜박하고 녹화할 때 점을 붙이지 않았는데 방송 뒤 ‘민노당에서 외압이 있었나’고 주변에서 물어 황당했어요. 사실 강기갑 의원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재미있게 보고 있다.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출연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왔습니다.”(박성호)

‘남보원’은 앞으로 여성들의 인권을 다룬 ‘여성인권보장위원회’도 ‘코너 속 코너’로 선보이고 싶단다. 박성호는 “아이디어를 짜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코너가 웃음뿐 아니라 남녀가 서로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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