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딸의 첫돌까진 살아야지…뮤지컬 ‘엄마의 약속’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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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약속’은 실화를 토대로 한 뮤지컬이다. TV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이야기를 극화했다. 서른 살 나이에 첫 아이를 낳은 직후 위암말기 진단을 받은 고 안소봉 씨가 딸의 첫돌잔치까지 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투병기가 담겼다.

가슴 아픈 투병기, 그것도 실화에서 딴 이야기를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로 본다는 것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은 제작비로 조촐하게 제작된 실제 무대를 접하면 여기 세 가지 ‘선물’이 들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선물은 고인이 생전 다큐멘터리 제작에 동의했을 때와 같다. 올해 9월로 세 돌을 맞은 딸 소윤에 대한 선물이다. 거기엔 엄마의 손길 없이 자라야 할 어린 딸에게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가깝게 전하고 싶은 모정이 담겼다. 소봉(박진·홍기주)은 ‘길어야 6개월’이란 시한부진단을 받고도 “소윤아, 네가 엄마 암 소식 때문에 사람들한테서 축복받지 못했지”라며 딸의 돌잔치를 예약하고 정확히 1년 10일을 버텨낸다.

둘째는 순정만화보다 명랑만화의 주인공을 닮은 고인에 대한 선물이다. 유치원 영어교사지만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영어발음에도 주눅들지 않았고, 세 살 연하의 남편 재문(정윤식)에게도 먼저 달려들었다. 셋째는 아쉽게 고인을 보낸 유족에 대한 선물이다. 뮤지컬은 갓난아기 대신에 17세 소윤(유주혜)의 회상을 따라 극을 진행시킨다. 아버지 재문의 잔소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가는 소윤은 영락없는 ‘리틀 소봉’이다. 이 미래의 소윤은 제작진이 유족에게 전하는 선물이면서 극의 흐름이 신파로 흐르는 것을 차단한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소봉의 엄마 영주(전승혜)가 “(네가) 임신을 안 했더라면…네가 운전을 험하게 하다가 사고라도 나서 병원에 갔더라면. 그전에 종합 검진 때 하나만 빼놓은 게 위내시경이 아니었더라면”하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그때 그랬더라면’을 부를 때이다. 소봉이 생명과 맞바꾼 가장 귀한 선물로서 소윤에 대한 진한 가족사랑이 은은히 배어나기 때문이다. 12월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스타시티2관 02-547-6858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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