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쇠고 갈라선 부부 많다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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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가사사건
올 설날직후 36% 급증

전북 정읍시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던 A 씨(52)는 결혼 직후부터 교회를 다니는 아내(51)와 종교 문제로 다툼이 잦았다. 아내가 명절 때마다 유교식 제례를 거부하고 기독교식 추도예배를 주장하다 A 씨 가족과 마찰을 빚었다. 그러던 중 1998년 추석 무렵 오랜만에 시댁을 찾은 아내에게 A 씨 친구들은 “왜 시댁에 와서 음식 장만을 하지 않느냐”고 핀잔을 줬고 이 문제로 아내는 시댁 식구들과도 얼굴을 붉히게 됐다. 아내와 크게 다툰 A 씨는 한 달 동안 모텔에서 생활하며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아내를 상대로 최근 이혼소송을 냈다.

설날과 추석 때마다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남편과 아내, 모처럼 만의 가족 모임에서 터져 나온 해묵은 집안 갈등까지. A 씨의 사례는 흥에 겨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가정불화의 불씨가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 및 재산분쟁 등 가사사건은 추석과 설날 직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직후인 10월에 접수된 가사 사건은 모두 1245건으로 9월과 11월(각 1100건 안팎)에 비해 껑충 뛴 수치다. 올해 설날 직후인 3월만 해도 접수 건수(1301건)가 1월(953건)에 비해 36.5%나 급증했다.

부모 이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이다. 법원은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명절 때만이라도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이혼 판결 시 명절 때 아이를 부모가 번갈아가며 돌보라고 판결하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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