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MBC, 지상파 독과점체제 안주”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15분


경영진 업무보고 받아… 공정성-객관성 문제 지적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9일 MBC 경영진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고 최근 경영 악화에 대한 원인을 집중 지적했다.

방문진의 대변인을 맡은 차기환 이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로 MBC의 경영 적자 등 경영 악화와 관련한 질의와 응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MBC의 경영 상황이 하락하는 추세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MBC 내부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뿐 아니라 방송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급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특히 영업이익의 급격한 하락을 지적했다. MBC는 영업이익에서 2005년 300억 원, 2006년 97억 원, 2007년 238억 원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2008년 43억 원으로 흑자 폭이 크게 줄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94억 원 적자를 냈다. 방문진은 “MBC가 지상파 독과점 체제에 안주했다. 경영진은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사전 질의서를 통해 1인당 매출액(임득수 한국기업평가원 부원장 평가)의 경우 SBS는 6억6000여만 원인 데 비해 MBC는 4억4000여만 원이며, 1인당 평균 인건비(진성호 의원 주장)는 후생복지비를 포함해 1억1400만 원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경영진 답변을 받았다. 차이사는 “(이를 통해)타사에 비해 임금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MBC의 공정성과 정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방문진은 “MBC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공정성 객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PD수첩과 뉴스데스크 등 공정성 논란을 빚은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응답은 오가지 않았다고 차 이사는 전했다. PD수첩과 관련 있는 TV제작본부 업무보고는 20일로 미뤄졌다.

MBC 경영진은 방문진의 지적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경제위기로 부득이하게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급격히 하락한 영업이익률의 문제를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MBC의 한 임원은 “이런 문제에 대해 노사 간에 진지한 의견 교환은 나누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방문진 업무보고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엄기영 사장의 거취 문제는 현 단계에서 얘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이날 MBC의 과거 운영과 사업내용을 검토하는 소위원회와 향후 미디어렙 도입, 공영방송법 제정, 종합편성채널 출범 등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소위원회를 출범키로 했다.

한편 MBC 노조원 2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2시간 동안 방문진이 입주해 있는 율촌빌딩 6층 복도 등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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