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필관 송신용(必觀 宋申用·1884∼1962·사진). 1930년대 중반∼1950년대 말 서울을 중심으로 왕실(王室)과 관가(官家)를 드나들며 내방 가사 등 국문학 자료와 고문서를 수집해온 서적중개상이다. 서울대 규장각에 있는 2권 2책의 ‘한경지략(漢京識略)’ 등 그가 아니었다면 사라졌을 고전이 한두 권이 아니다.
그의 고전 사랑을 정리한 학술서 ‘마지막 서적중개상 송신용 연구’가 최근 나왔다. 필관은 고문서를 수집해 그 가치를 알아보는 학자들에게 팔거나 직접 필사했다. 1830년 유득공의 아들 본예가 편찬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리서인 한경지략도 규장각 소장본이 유일한 필사본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몽유록계 소설 피생명몽록(皮生冥夢錄)과 역사소설 배시황전(裵是愰傳)도 필관이 필사한 것이다.
그는 해제(책의 발간연도, 체계, 내용 등 간략한 설명)나 교주(교정을 하여 주석을 더함), 고증 작업도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연희전문(현 연세대)과 경성제국대(현 서울대)에서 교수 자리 제의를 받았으나 일제의 녹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 없다며 거절했다.
필관은 양명학 연구의 대가인 정인보, 국어학자인 이희승 이병기 최현배, 소설가 이광수 박종화 등과 교류했다. 서화 감식의 대가였던 오세창, 한남서림 주인이었던 전형필과도 가깝게 지냈다. 6·25전쟁 때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에서 사라진 1000여 권의 책과 큰사전 편찬용 원고의 소재지를 알아내 당시 문교부 편수국장 최현배에게 알려줘 이를 회수하는 데도 기여했다.
편저자인 강원대 이민희 교수(국어국문학)는 “선조의 정신이 담긴 고서를 후대에 전하는 것을 소명으로 알고 열정적으로 책을 수집했던 인물”이라며 “그 덕분에 사라질 뻔했던 고전문학 자료들과 책들이 오늘도 평화로이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