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가족을 위한 희생… 때론 그것이 속박이 되는데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나의 집을 떠나며/현길언 지음/296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소설가 현길언 씨가 16년 만에 펴낸 신작 단편집. 가족관계의 내적 의미를 성찰한 중단편들을 위주로 수록했다. 표제작인 ‘나의 집을 떠나며’는 가족 간에 깊게 파인 애증의 골을 다룬 작품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홀로 남은 아버지와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인영은 진학, 취업, 결혼 등을 모두 포기하고 자신을 희생한다. 하지만 가족으로서는 그게 반드시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 아버지는 그 때문에 재혼을 계속 포기해야 했고,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한 채 속박당해야 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아서야 종결을 맺게 된 이 관계가 사랑과 희생인지, 혹은 속박과 억압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체면 때문에 개종을 강요하는 목사와 끝까지 그 제안을 거부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우리 빗물이 되어 바다에서 만난다면’, 아들을 죽게 만든 고아를 입양한 목사와 평생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양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벽’ 등 모두 5편이 수록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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