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문학,장르를 박차다]<3>소설가 이홍 씨

입력 2009-07-06 02:57수정 2009-09-2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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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공유하는 세 여자의 발칙한 연애 이야기를 그려낸 ‘치크리트(chick-lit)’, 재기를 꿈꾸는 전직 아나운서가 자신의 입양아를 유기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로또에 당첨돼 압구정동으로 진출한 서민 가족이 살인사건에 연루돼 파국을 맞는 이야기를 담은 ‘사회파 스릴러’…. 이 다양한 장르적 특색들을 모두 한 작가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새 작품을 쓸 때마다 서사와 캐릭터에 맞춰 특정 장르를 흡수하고, 그 장르에 맞춰 문체까지 확 바꿔버린다”고 말하는 그는 2007년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 이홍 씨(31·사진). 등단 당시 네 살짜리 아들의 엄마라고 믿기 어려운 외모와 장재근 전 일간스포츠 회장의 며느리란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씨는 안앙예고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서울예대 문학창작과를 나왔다.》

‘치크리트’서 스릴러까지… ‘문단 팔색조’
작품 쓸 때마다 캐릭터에 맞춰
장르 흡수하고 문체도 확 바꿔
“주무대 강남도 박차고 나와야죠”

최근 문학계간지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원고지 500여 장 분량의 경장편 ‘성탄 피크닉’ 전재를 마친 그는 “‘집필 다이어트’(집필에 대한 스트레스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라고 함) 때문에 몰골이 말이 아니다”고 했지만 인터뷰 내내 밝고 명랑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고 취재하러 뛰어다니는 게 더없이 즐겁다”며 젊은 작가들의 장르 차용에 대한 기자의 의견을 되묻기도 했다.

“문학이 변화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내부 동력 외에도 외부와 영향을 주고받는 게 필연적인 것 같아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장르의 특성을 차용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작품을 쓸 때 편집이나 플롯이 뛰어난 영화나 장르 소설을 많이 참고로 하는 편이기도 해요.”

이처럼 문학적 호기심 때문에 다채로운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장르에 발 딛고 있다는 것 외에도 그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 속에 강남 일대의 상류층 사회가 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문학평론가 김미현 씨는 “대중문화나 소비문화의 적자로서 ‘된장녀’가 등장하는 ‘강남소설’이 주조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이홍 소설에 대한 이해에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웃렛에서 몇백만 원어치 쇼핑을 하고 난 뒤 한 벌 값도 안 된다고 좋아하거나, 남편의 외도보다 가정부의 부재를 더 두려워하는 이들, 혹은 명문대 강남 출신들의 친목 모임 회원들이 소설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는 이런 요소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한국 상류 사회에 대해서라면 드라마에서 보여 줄 만한 모든 게 나온 셈이죠. 하지만 배경이 같다고 이야기가 같은 건 아니잖아요. 제 소설이 ‘가십 걸’(맨해튼 최상류층 10대들의 삶을 다룬 미국 드라마) 같은 건 아니니까요.(웃음) 저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계층 내부의 모순과 갈등, 균열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도 한국계 미국 작가인 이창래 씨의 ‘영원한 이방인(원제 Native Speaker)’이라고 한다. 한국 이민자들의 문화와 계급 사회의 갈등, 균열이 짜임새 있게 묘사됐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질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을 바탕으로 한 충돌과 격차가 존재한다”며 “이런 세태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면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에 투신하는 행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계급사회의 폐해, 심층적인 욕망, 그것들이 빚어내는 파국을 가장 극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강남’을 설정하게 됐다. 형식적으로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처럼, 그 작품이 그리는 내용도 상이한 두 세계의 경계에 놓여 있는 셈이다.

“물론 문화적 배경이나 개인적 체험으로 작품의 무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루게 된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 규정되지 않고 다음번엔 완전히 다른 무대, 배경으로 나가서 새로운 작품을 쓸 생각이에요.” 그는 주먹을 가볍게 쥐며 농담을 덧붙였다. “시리즈 제목이 ‘젊은 문학, 장르를 박차다’인 것처럼, 저도 강남을 박차고 나가야죠.(웃음)”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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