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기자회견 “휴직은 석 달이 될 수도 3년이 될 수도 있다”

  • 입력 2009년 6월 30일 18시 25분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말을 아껴온 이9단은 30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의 심경과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회견장에 나타난 이9단은 그러나 마이크 앞에 앉자마자 목소리가 떨려 편치 않은 속내를 엿보게 했다.

“먼저 그 동안 저를 아껴주신 팬 여러분과 후원사 관계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이9단의 사과표명으로 시작된 이날 기자 회견은 곧바로 기자들의 질문과 이9단의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 휴직 사유에 대해

“여러 이유가 있다. 결정적인 것은 아무래도 프로 기사회에 (내 신변이) 안건으로 올라간 것으로,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사안이 밝혀진 것도 없고, 내 의견을 들어본 것도 아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

- 한국바둑리그는 불참하고 중국바둑리그에는 출전했다?

“지금 상태로는 한국에서 바둑을 둘 수 없다. 중국 바둑리그 참가는 그나마 중국에선 안정적으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도 있다. 소속팀인 구이저우(貴州)팀을 꼭 우승시켜 보고 싶다. 13억 중국인에게 한국 바둑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리그는 제한시간이 2시간 40분가량으로 국제대회와 비슷하다. 대국상대도 각 팀 주장들이다. 중국기사들의 스타일이나 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반면 한국리그는 속기전인 데다 대국상대도 오더제라 약체와 둘 때가 많다. 내 미숙한 부분을 보강하는 데는 중국리그가 낫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내 자신의 가치를 좀 더 인정해 주는 곳에서 두고 싶다는 생각이다.”

- 바둑판 사인 거부에 대해

“부채나 종이에 하는 사인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인을 한다. 하지만 바둑판 사인은 좀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행사 관계자분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안다. 하지만 조금만 제 입장을 이해해 주고, 조금만 더 신중하게 부탁해 주셨으면 한다.”

- 시상식 불참에 대해

“지금까지 두 차례 불참했다. 한 번은 몸살로 몸이 너무 안 좋았다. 미리 연락을 못 드린 것은 내가 부족했다. 2005 한국바둑리그 시상식에도 불참을 한 일이 있다. 시상식이 1월 10일로 기억한다. 8일에 일본에서 국제대회 결승전을 두고 9일 귀국했다. 긴장이 풀려 부끄럽지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팀과 후원사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당시 입장을 제대로 밝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한국바둑리그 불참 통보를 한국기원에 뒤늦게 한 데 대해

“분명히 한 달 전에 한국기원에 전화로 통보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기원은 내게 한 번도 연락을 준 일이 없다. 불참통보 마감시간을 몇 시간 어긴 것은 맞다. 하지만 통지서가 너무 늦게 왔다. 통상적으로 1주일 전에 와야 할 통지서가 마감 4일 전에 도착했고, 설상가상 한국기원 휴일인 토요일이었다. 불참을 알릴 시간은 월요일뿐이었는데, 개인적인 일이 있어 몇 시간 늦게 된 것이다.”

- 휴직이 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한시적으로 감각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한 두 달이면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쉬는 동안 바둑 외에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마음을 안정시키다 보면 복귀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한 단계 올라갈 계기가 될 수 있다.”

이9단은 휴직 기간에 대해서는 “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심경이 (바둑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얼마든지 돌아올 수 있다. 6개월 아니 석 달 뒤라도 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휴직은 2년, 3년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9단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성숙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런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면, (그때) 돌아오겠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한국기원은 이날 이9단의 기자회견과는 관계없이 예정대로 7월 2일 이사회를 열어 이9단에 대한 징계 및 중국 바둑리그 참가 허용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사이버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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