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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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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시작한 ‘2009 책 읽는 대한민국’의 세 번째 시리즈 ‘결혼에 관하여 20선’이 27일 끝을 맺었다. ‘결혼에 관하여 20선’은 지난달 23일 헝가리의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결혼의 변화’(솔)를 소개하며 시작했다. 출판사 관계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이 선정한 책들은 결혼을 매개로 사회상을 보여주거나 결혼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책, 결혼에 대한 조언을 주는 책 등이었다.
결혼 시즌으로 꼽히는 4, 5월을 맞아 결혼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시리즈에 독자들은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한 독자는 e메일을 통해 “금빛 환상만이 아닌 결혼의 의미와 결혼을 둘러싼 갈등까지 다양한 시각의 책을 접할 수 있었다”고 했고 다른 독자는 “결혼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했다.
저자들은 전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휘청거리는 오후’(세계사)를 통해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꾀하는 인간군상을 그린 박완서 작가는 “결혼이 어려운 건 결혼에 대한 남녀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결혼을 하면 남편은 무엇을 하고 아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서로 다른 기대를 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잘못된 결혼이 곧잘 인간의 속물적인 모습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건 그런 이유”라고 했다.
‘타인에게 말걸기’(문학동네)를 쓴 은희경 작가는 “사랑은 미혹의 감정이지만 결혼은 그것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과정인 것 같다”며 “결혼의 중요한 속성인 ‘지속돼야 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그렇지만 결혼은 남이 충고해줄 수 없는 극히 개별적인 사건, 가장 깊은 사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원칙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혼인의 문화사’(휴머니스트)의 김원중 건양대 교수(중국언어문화학)는 “결혼은 단순한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하늘과 땅, 해와 달의 조화가 없으면 만물이 탄생할 수 없듯이 우주의 원리인 음양의 조화라는 점을 전하려 했다”고 했다. 그는 “성(性)의 결합이 아닌 사회적 제도적 결합, 사회의 기본 틀인 가족의 구성이라는 문화사적 의미에서 결혼을 본다면 진지한 성찰을 통해 만나고 결합하는 게 바람직한 결혼”이라고 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의 박현욱 작가는 “결혼과 관련해 하나의 모습을 유일하게 올바른 것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작품을 구상했다”며 “(아내가 나 외에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살 수는 없지만 우리와 다른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건 올바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고학’ 내달 8일부터 연재
6월 8일부터는 ‘책 읽는 대한민국’ 올해 네 번째 시리즈로 고고학을 주제로 다룬 책 20선을 소개합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