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고갱이 고흐의 귀 잘랐다”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귀 잘린 고흐의 자화상.
귀 잘린 고흐의 자화상.
獨 예술사학자 ‘광기로 자해’ 기존 학설 뒤집어

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귀를 자른 사람은 고흐 자신이 아니라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폴 고갱이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4일 독일 예술사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고갱이 고흐와 언쟁을 벌이던 중 고흐의 귀를 펜싱 검으로 베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신분열증을 앓던 고흐가 1888년 12월 23일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대 한스 카우프만과 리타 빌데간스 교수는 최근 공동 출간한 ‘고흐의 귀, 고갱 그리고 침묵의 계약’에서 법적 처벌을 피하려는 고갱과 친구와의 우정을 이어가려 했던 고흐가 맺은 ‘침묵 협정’ 때문에 진실이 묻혔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아를 고흐의 집 ‘옐로 하우스’에 머물던 고갱은 고흐와 자주 말다툼을 했는데 어느 날 고갱이 유리잔을 던지자 고흐가 뒤따라 나왔고, 두 사람은 인근 사창가에 도착할 때까지 격렬한 언쟁을 벌이다 고갱이 홧김에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해 펜싱 검(에페)으로 고흐의 왼쪽 귓불을 잘랐다는 것.

그 후 고갱은 에페를 론 지방에 버렸고 고흐는 잘린 귓불을 한 창녀에게 전해준 뒤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와 다음 날 자신을 찾아온 경찰에게 사실과는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사건의 전말이다. 고갱은 사건 이후 사라졌다. 저자들은 고흐가 귀를 그린 스케치 중 하나에 적은 ‘익투스(ictus)’가 펜싱 용어로 ‘치다’라는 뜻이며 귀 위쪽 지그재그 모양의 상처도 고갱의 칼이 남긴 자국이라고 덧붙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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