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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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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에 끌려 와 이름 없이 스러져간 그분들의 유골을 찾아 넋을 기리는 게 저, 아니 모든 일본인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강제 연행돼 숨진 조선인의 유해를 찾아 한국으로 보내는 일을 30년 넘게 해오고 있는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 스님. 그가 24, 25일 열리는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22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홋카이도 아사지노(淺茅野) 비행장 근처에서 진행한 발굴 작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도노히라 스님이 강제징용 조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 홋카이도 북쪽의 우류(雨龍)댐이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해 지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우연히 댐 근처 절에 들렀다가 절 마당에서 주인 없는 위패를 발견한 것. 자세히 알아보니 위패의 주인공은 이곳에 끌려와 ‘함바’ 같은 허름한 숙소에 묵으며 댐을 짓다가 숨진 조선인들이었다.
그 후 알 수 없는 책임감에 이끌려 30년 넘게 조선인들의 유해를 찾아 헤매고 있는 그는 ‘소라치 민중사강좌’에 이어 2003년부터 ‘강제연행 강제노동 희생자를 생각하는 홋카이도 포럼’이라는 단체를 통해 끊임없이 유골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노히라 스님은 “아직도 1980년 유골을 찾아 만났던 유족의 그 황망하고 쓸쓸한 표정을 잊지 못한다”며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때만이 두 나라의 인간적인 관계가 비로소 회복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는 3월부터 홈페이지(www.gangje.go.kr)를 통해 일본 지역별 강제동원 피해 현황과 한국인 사망자의 유골 실태 표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