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하얀 옷의 조선인들은 요정”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일본 작가들이 본 근대조선/이한정, 미즈노 다쓰로 편역/354쪽·1만9000원·소명출판

“(부산)항구에 도착해 시내 뒤쪽에 우뚝 솟아있는 작은 산 위를, 새하얀 옷을 입은 조선인들이 선명한 가을 아침의 햇살을 듬뿍 받으며 허리를 굽히고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 하룻 밤 사이에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서 페어리 랜드(요정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가 ‘조선잡관’에 적은, 1918년 조선을 처음 방문한 소감이다. 하얀 옷을 입은 조선인을 요정으로 표현한 그에게 조선은 아름다움과 환상의 세계였다.

이 책은 189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조선을 방문한 일본인 작가 13명이 쓴 소설과 기행문 등을 담고 있다. 한일강제합방 이전 조선을 찾은 작가들은 대부분 조선을 근대화가 늦은 야만국으로 봤고 강제합방 직후에 온 작가들은 조선의 풍경이나 문화유산을 찬미했다. 동화 정책이 한창 진행된 1925∼1945년 쓰인 작품들에는 모던도시 ‘경성’의 풍속과 ‘내선융화’의 시대상이 담겼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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