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시한번]한권으로 만나는 애니메이션 거장들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 상상에 숨을 불어넣다/오노 고세이/나비장책

단 한 권으로 어떤 분야에서 세계적인 거장들의 정수(精髓)를 섭렵할 수 있다면…. 독자는 분명 그런 책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 2007년 영화감독 21인의 인터뷰를 담은 책으로 호응을 얻기도 했다. 거기서 힘을 얻어 다른 분야로 관심을 넓히던 중 최고의 아트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발견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의 미셸 오슬로, ‘판타스틱 플래닛’의 르네 랄루 같은 감독의 작품 세계와 작가 정신을 압축해 놓으면서도 내용에 깊이가 있었다. ‘왕후 심청’의 넬슨 신 감독이나 ‘천년여우 여우비’의 이성강 감독 등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애니메이션 애호가와 감독 지망생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나 픽사와 드림웍스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작품에만 관심을 쏟는 현실도 안타까웠다.

애니메이션 기획 일을 하는 지인의 추천으로 만난 번역자는 꼼꼼한 번역과 더불어 도판의 저작권 확인 작업도 거들었고, 일본에 가서 저자에게 한국어판 서문까지 받아왔다. 편집부의 발품을 더해 2008년 5월 책이 나왔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 밖으로 차가웠다. 애니메이션 전문가와 단체에 적극 홍보했고 관련 행사에서 판촉도 해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아트 애니메이션의 저변이 어느 정도인지, 업계 종사자와 연구자의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뒤늦게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출간 1년이 다 되도록 초판 1쇄도 다 못 팔았으니…. 그래도 2008년 말 영화진흥위원회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우수영화도서에 뽑혔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

지금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 보면, 애니메이션 교양서는 거의 없다. 책장과 진열대가 이 책을 비롯해 다양한 애니메이션 세계를 소개하는 책들로 풍성해질 날은 언제일까. 아크릴 판에 유화로 애니메이션 ‘노인과 바다’를 그려낸 러시아의 거장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의 감동을 뛰어넘을 우리 애니메이션이 태어나는 데 이 책이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안영찬 나비장책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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