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명화 여행] 가수 리사가 본 ‘비온 후’

  • 입력 2009년 4월 2일 07시 18분


빗줄기가 스쳐간 초록빛 세상… 발그레한 두 뺨에 봄이 피네

클림트가 표현한 자연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클림트의 그림은 에로티시즘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그림을 전공한 가수 리사(29)는 ‘2009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전시’를 보고 작가의 순수한 표현에 반했다.

“요즘에는 작가들이 대중적으로 맞춰야 하고 한 가지 주제를 계속 하기 힘들잖아요. 클림트는 아니었어요. 계속 자신을 표현하려는 순수함이 이어졌어요.” 리사는 콘서트에 미술전을 결합해 이색적인 콘서트를 시도한 바 있다. 정기적인 전시회도 열면서 미술 활동도 꾸준히 한다. 국내 한 문화잡지 표지에 그림도 연재하고 있다.

‘음악과 그림의 만남’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자신을 투영해 클림트를 보게 됐다.

“파스텔 표현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예요. 오일 유화로 하는 건데 유화를 파스텔 톤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저도 하고 있고, 가까이에서 보니 좋았어요.”

클림트의 ‘비 온 후’를 보면서 리사는 색채에 감탄했다.

정원의 닭을 보니 묘사가 정확히 돼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구도를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닭 얼굴은 뭉그러져 있음에도 맨 위에서 아래까지 색감이 어우러져, 닭의 흰 색깔 덩어리가 마음에 든 것이다.

‘비 온 후’는 구체적인 묘사 없이 간소한 표현이 특색이다. 원근감이 뚜렷하지 않지만 도리어 화면 전체에 쓰인 녹색이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일생 전체의 작품을 보다보니, 처음에는 딱딱하게 표현된 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드로잉 자체가 부드러워진 걸 느꼈어요. 여자의 몸도 선이 부드럽게 흘러갔고, 색 터치는 강해졌어요. 후기작들에서 클림트가 연구를 열심히 한 흔적이 보였어요.”

리사는 자신의 표현 방식과 클림트의 스케치를 비교해가며 작품을 관람했다. 클림트가 일생동안 그린 수많은 드로잉과 그림을 보면서 클림트의 치열함과 순수성을 동경하게 됐다. “클리트 그림에는 많은 판타지와 신비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생각하게 돼요. 그림을 보고 나니 저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리사는 그림을 일기 쓰듯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틀을 정해서 작품을 완성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느낌이 오면 화면에 표현해 본 뒤, 거기서 생각을 이어간다. 일상에서 파란색, 빨간색, 오렌지색을 좋아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노란 바탕에 금색을 자주 사용한다는 리사는 “살아있다면 클림트의 금을 나도 좀 달라고 하고 싶어요”라며 클림트의 황금빛을 특히 궁금해 했다.

가수 리사는?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실용음악예술학부 교수로 활동하며 음악을 하고 있다. 올해도 그림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5월 1일부터 경희궁 숭정전에서 열리는 고궁뮤지컬 ‘대장금’에서 주인공 장금이로 출연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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