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25>뢰禱爾于上下神祇라 하도소이다…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공자는 怪力亂神(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지만 초월적 존재를 상상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 존재는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논어’ 述而(술이)편의 이 章(장)에 공자의 사유와 자세가 나타나 있다. 공자가 위독해지자 제자 子路(자로)가 기도하기를 청했다. 공자는 병나면 기도하는 일이 禮法(예법)에 나오느냐고 물었다. 자로는 “있습니다. (뇌,뢰)(뢰)에 보면 상하 신명에게 기도한다고 했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공자는 “내가 기도해 온 것이 오래되었다”고 했다. 평소의 삶이 神明(신명)의 뜻과 부합했기에 기도를 일삼을 필요가 없다고 거부한 것이다.

(뇌,뢰)는 죽은 이를 애도하는 弔辭(조사)나 輓詞(만사)다. 공적을 서술하여 기도하는 글이라고도 한다. (뇌,뢰)曰(뢰왈)은 ‘조사(만사)에 이르기를’이다. 禱(도)는 천지신명에게 비는 일이다. 사람이 죽어 갈 때 코에 솜을 대어 숨이 끊어졌는지 알아보는 屬광(속광)의 때에 기도를 했다고 한다. 爾(이)는 이인칭 대명사다. 于(우)는 ‘∼에게’이다. 神祇(신기)에서 神은 하늘의 신, 祇는 땅의 신이다. 子曰 이하는 공자의 말을 옮겼다. 丘(구)는 공자의 이름이다. 언해본은 ‘구’라 읽었지만 아무개 某(모)로 바꿔 읽는 것이 관례다. 丘之禱久矣(구지도구의)에서 주어는 丘之禱, 술어는 久이다. 矣는 종결사다.

‘주역’ 大有(대유)괘의 上九(상구) 효사에 “하늘이 도우면 吉(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했다. 하늘이 무조건 도와준다는 뜻이 아니다. 信實(신실)한 삶을 살면서 命(명)에 順從(순종)해야 하늘이 도와준다고 풀이한다. 성호 이익은 말했다. “命은 보탤 수도 없고 줄일 수도 없다. 생명의 한계인 大限(대한)을 망각하고 욕심 부리는 것을 君子(군자)는 부끄럽게 여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