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아찔한 한잔의 유혹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 싱글몰트 위스키의 오묘한 세계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긴 하지만 위스키엔 영 관심도, 지식도 없던 기자는 어느 날 싱글몰트 위스키의 아찔한 매력에 ‘풍덩’ 빠져 버리고 말았다. 어느 유명 방송작가가 운명적 사랑을 교통사고에 빗댔던 것 같은 그런 느낌. 싱글몰트 위스키 한 모금을 목 안으로 흘려 넣는 순간, 섬세하면서도 복합적인 그 향에 홀리는 순간! 아, 그날의 강렬한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100% 맥아만으로 증류한 술

‘백문불여일음(百聞不如一飮)!’

내가 사랑하게 된 싱글몰트 위스키는 와인과 비슷한 속성이 적지 않다. 토양과 숙성 정도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는 점, 아름다운 빛깔과 향을 지닌다는 점, 마지막으로 술이 지닌 멋이 강해 혼자 마셔도 외롭지 않다는 점….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다.

몰트는 곡식이 발아된 보리, 싱글은 오로지 한 증류소에서 증류됐다는 것을 뜻한다. 고로 싱글몰트 위스키는 100% 맥아(麥芽)만으로 한 증류소에서 만들어진다.

싱글몰트 위스키끼리 섞은 술은 블렌디드몰트 위스키, 밀과 옥수수 등으로 만든 곡식 위스키를 싱글몰트 위스키와 섞은 술은 블렌디드 위스키다.

불황으로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줄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는 오히려 성장세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지난해 출고량은 4만372상자(1상자는 700mL짜리 12병)로 2007년 3만4116상자에 비해 18.3% 늘었다. 글렌피딕(시장 점유율 53.3%), 맥캘란(35.7%), 글렌모렌지(8.2%) 등이 국내에서 인기있는 브랜드다.

○ 온갖 과일향에 초콜릿, 바닐라향도

글렌모렌지 사(社)의 위스키 제조 책임자인 빌 럼스든 박사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끽하는 법, 혀의 감상을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글렌모렌지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그는 10년 숙성된 알코올 도수 40도의 글렌모렌지 오리지널 위스키를 참석자들과 함께 시음했다.

“뚜껑을 열고 튤립 모양의 유리잔을 흔든 뒤 눈을 감고 향을 맡아 보세요. 따뜻한 여름날 과수원을 뛰어다니는 느낌이 나지요? 벌꿀이 윙윙거리는 것 같네요. 오렌지와 복숭아 향도 납니다. 잔을 더 흔들어 보세요. 민트 향, 화이트 초콜릿과 바닐라 향도 나타납니다.”

이번엔 그가 시키는 대로 술에 물을 섞었더니 작은 유리잔 안에서 기적이 일어나듯 다채로운 향이 강렬하게 피어났다.

“레몬, 파인애플, 아몬드 향이 납니다. 입 안에 위스키를 잠시 머금었다가 삼켜 보세요. 담요를 두른 여성처럼 따뜻하면서도 실크 같은 질감이 발레리나 신발을 떠올리게 합니다.” 언어의 연금술이 따로 없었다. 술 고유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20도의 실온에서 스트레이트로, 다양한 맛과 향을 느끼려면 위스키와 물을 2 대 1로 섞어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 아이스크림과 함께하는 색다른 느낌

맥캘란 사(社)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했다.

담백한 치즈나 견과류는 위스키 자체의 향과 맛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위벽을 보호해준다. 수분 섭취를 도와 알코올 도수를 낮춰주는 수박과 멜론도 좋다. 또 아이스크림과 함께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면 입 안에 남겨진 음식 향을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효과가 있다.

정찬 코스 요리와도 잘 맞는다. 매콤한 태국식 소스를 뿌린 새우 샐러드엔 말린 과일향이 나는 맥캘란 12년산, 으깬 감자를 곁들인 데리야키 스타일 쇠고기 안심 요리엔 나무 향이 나는 맥캘란 30년산, 커피와 초컬릿 디저트에는 ‘맥캘란 화인&레어 1971’이 어울린다고.

일본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저서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이렇게 썼다.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의 레스토랑에서 생굴 한 접시와 싱글몰트를 더블로 주문해 껍질 속에 든 생굴에 싱글몰트를 끼얹어서는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갯벌 내음이 물씬 풍기는 굴맛과 바다 안개처럼 아련한 위스키의 톡톡한 맛이 입 안에서 녹아날 듯 어우러진다. 두 가지 맛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본래의 제 맛을 지키면서도 절묘하게 화합한다. 인생은 이토록 단순한 것이며, 이다지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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