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시절 김수환 추기경의 육성 공개

  • 입력 2009년 2월 18일 16시 22분




DBS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편 목록 보기
(1980.04.01~1980.04.23 방송)

"마음의 욕심을 빼고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꼭 내가 대통령을 해야겠다, 그게 아니라 누가 되든지 이 나라가 잘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봉사하겠다고 하면 뭐가 그리 어려울까요. 지도층들은 욕심을 마음에서 빼야 합니다."(1980년 4월22일 김수환 추기경, DBS초대석에서)

"종교인들은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을 절대시하기 때문에 믿음을 갖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든지 제약을 가한다든지 이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교인이야말로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신념이나 믿음을 양심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1980년 4월2일 김 추기경, 같은 프로그램)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 고 김수환 추기경이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정치 사회 종교 인간 철학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밝힌 방송프로그램이 18일 공개됐다.

김 추기경은 1980년 당시 신군부에 뺏기기 전 동아방송(DBS)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DBS 초대석'에 4월1일부터 23일간 출연했다.

당시 동아일보 논설주간이었던 권오기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 진행했던 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김 추기경은 "지금 4월인데 아직 5월은 아니다. 정치 기류에 있어서도 봄은 오고 있다. 그러나 꽃샘추위도 있을 수 있듯이 그런 추위가 또 올 수도 있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등장했던 이 시기 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그러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민주주의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매일 15분씩 23일간 방송된 모두 345분 분량의 이 프로그램에서 김 추기경은 한국의 기독교가 커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는 말씀, 노사문제는 근로자를 진정한 인간으로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씀 등을 남겼다.

'DBS초대석'은 김 추기경 편이 끝난 후 당시 유력한 정치 지도자로 떠올랐던 '3김'씨- 즉 김종필 전 국무총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차례로 초대해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미완에 그쳤다. 5월 1∼19일 김종필 편을 끝으로 5·17 계엄확대와 5·18광주민주화 항쟁 등이 일어나면서 신군부의 압력으로 중단됐다.

7개월 후인 1980년 12월 1일 동아방송도 군부정권에 의해 KBS에 통폐합됐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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