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삶의 최전선에서 맞닥뜨린 인생보고서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집행관 일기/기원섭 지음·이승열 그림/272쪽·1만2000원·오푸스

마흔 살 아들의 카드 빚 때문에 열두 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는 노모(老母), 500만 원에 30년 우정이 무너지는 현장, 애지중지 아껴온 살림에 붙은 빨간 딱지….

저자가 3년 동안 집행관으로 일하면서 마주친, 우리 사회의 그늘을 담은 책이다. 뺏는 자와 뺏기는 자 사이에서 차마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착잡함을 기록했다. 돈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 욕심과 꼬일 대로 꼬여버린 감정 앞에서, 라면 국물을 뒤집어쓰고 모진 시선을 견뎌가면서 저자는 자신의 슬픈 밥벌이를 원망한다.

법원에 소속된 신분이지만 빚을 갚을 길 없는 채무자의 딱한 사정에 채권자에게 집행을 미뤄달라고 간청도 하고 억울한 사연에 눈물을 왈칵 쏟기도 한다.

밑바닥 사연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하다는 위로다. 고달픈 세상살이 너머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 넘어져 있을 때 다가오는 작은 손길, 이해관계를 벗어난 따뜻한 마음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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