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울린 워낭소리… 주말 11만명 관람 흥행 3위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노인과 황소의 40년 우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노인과 황소의 40년 우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국내 영화시장에서도 다큐멘터리 열풍이 뜨겁다. 주인공은 지난달 15일 개봉한 농촌다큐멘터리 ‘워낭소리’. 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 영화는 6∼8일 전국 163개 상영관에서 11만9867명의 관객을 모아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의 ‘세븐 파운즈’와 주지훈 신민아 주연의 ‘키친’ 등 새로 개봉한 기대주를 밀어낸 성적이다.

개봉 이후 총관객은 26만4568명. 7개로 시작했던 스크린은 70개가 됐고, 13일부터는 80개로 늘어난다.

‘워낭소리’는 제작과 마케팅에 각각 약 1억 원을 쓴 데 비해 매출은 18억 원을 넘겼다. 고영재 PD는 “작품에 자신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20만 명 정도 넘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추세라면 50만 명 선을 넘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워낭소리’는 노부부와 늙은 황소가 함께 걸어간 황혼을 3년간 뒤쫓으며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받고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 월드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를 만든 이충렬(43) 감독은 15년 동안 독립 제작사에서 음식, 동물, 여행 등 다양한 소재의 TV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6년 동안 전국을 떠돌다가 2005년 경북 봉화에서 영화 데뷔작의 주인공인 최원균(80) 씨와 그의 늙은 황소를 만났다.

‘워낭소리’의 감동은 내레이션 없는 화면에서 묵묵하게 배어난다. 꼴을 베어 날라 새벽마다 쇠죽을 끓여 먹이는 최 씨의 앙상한 팔다리는 소가 평균수명 두 배를 넘도록 살게 한 힘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느끼게 해 준다.

“흥행이 잘돼서 다행이지 개봉 전까지 죽을 맛이었죠.(웃음) 끝없이 다시 편집을 해대니…. 그때마다 색 보정, 필름 출력, 음악 더빙에 드는 비용이 야금야금 늘어났습니다. 후반작업은 친구 집에서 해결하고 필름 출력은 알고 지내던 사무실에 사정했죠.”(고 PD)

나라 안팎으로 우울한 뉴스에 지친 사람들이 따뜻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실화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감독은 27일 열리는 제45회 백상예술대상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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