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개야 스님 “자살 고민하면 ‘살자’고 말해주죠”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자살예방사찰 ‘묵언마을’ 지개야 스님 사례집 펴내

“‘자살’이 아니라 ‘살자’는 거죠. 난 눈물이 많아요. 누군가가 찾아오면 얘기 들어주다 꼭 울어요.”

태고종 지개야(祉(갈,개)也·57·사진) 스님이 자살예방사찰인 ‘묵언(默言)마을’(경기 안성시 죽산면)을 찾은 사람들과 나눈 사연을 모은 ‘묵언마을의 차 한 잔’을 최근 출간했다.

묵언마을은 경북 안동축협 상무와 도의원을 지낸 뒤 2004년 돌연 출가한 스님이 사재 30억 원을 들여 건립한 전통 한옥형태의 사찰이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과 말을 섞는 게 쉽겠어요? 일단 인연이 돼 왔으니 차 한 잔 건네고, 있는 빈방 내주는 거죠. 조그마한 위로에 힘입어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변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2007년 8월부터 1년간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기구한 인생의 업을 안고 살아온 24명의 사연과 스님의 대화가 실려 있다.

하지만 스님의 세상살이도 평범하지 않았다. 눈만 뜨면 산이 보이는 경북 안동의 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 뒤 중국집 배달원과 구두닦이, 볼펜 장사 등으로 생계를 꾸리며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축협에 다니던 1980년대 초 소값이 폭락했을 때 오히려 소를 사들여 적지 않은 재산을 모았고 나중에 도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소값이 떨어지면 소를 사고, 소값이 올라가면 그걸 팔아 도시에 집을 샀어요. 간단한 이치인데 주변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도 안 듣더군요. 소 키우는 일로 도의원 면담을 몇 차례 요청했는데 만나주지 않아 아예 출마했는데 당선이 됐죠. 허허.”

스님은 45분에 한 사람씩 자살한다는 뉴스를 5년 전에 본 뒤 거짓말처럼 쉽게 출가를 결심했다. 지개야(복을 구하는 거지)는 오래전부터 가슴 속에 품어왔던 말로 은사 스님의 허락을 얻어 법명으로 삼았다.

“항상 이 사회가 나를 키워줬다고 생각해 언젠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출가해 자살을 예방하는 종교시설을 만들어 누구든지 쉽게 올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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