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플라시도 도밍고 공연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왼쪽)가 메조소프라노 캐서린 젱킨스와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왼쪽)가 메조소프라노 캐서린 젱킨스와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못다 부른 아리아… 감동은 더 컸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 열창

부드러운 무대 매너 돋보여

플라시도 도밍고는 경이로운 남자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의 예술감독으로 미국 동서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또 오페라의 주역으로, 지휘자로, 수많은 콘서트와 리코딩의 주연으로 68세라는 나이를 잊은 듯 정렬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이미 스리 테너 시절부터 그는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에 빠질 수 없는 문화사절이었고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도 멋진 모습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세상에서 제일 바쁜 음악가 중 한 명인 ‘슈퍼맨’ 도밍고가 13일 화요일 내한공연을 치렀다.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청중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날 레퍼토리는 그야말로 방대한 레퍼토리의 소유자인 도밍고가 들려줄 수 있는 다채로움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도밍고는 마스네의 프랑스 오페라, 칠레아의 이탈리아 베리즈모, 바그너의 독일오페라, 번스타인과 로저스의 미국 뮤지컬을 들려줬다. 또 마스카니의 버찌 2중창, 레하르의 ‘그대의 꼭 다문 입술’에서는 마치 오페라의 한 장면처럼 함께 출연한 소프라노 이지영, 캐서린 젱킨스와 멋진 연기 대결을 펼쳤다.

도밍고가 게스트로 내세운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단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이지영은 미래의 기대주로 이번 공연의 수확이었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도밍고 자신이 평생 사랑을 바쳐온 스페인 오페레타 사르수엘라의 아리아들이었다. 특히 ‘사랑, 내 삶의 모든 것’을 부를 때 감정에 북받친 도밍고는 노래의 한 소절을 부르지 못했고 그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앙코르도 다양했다. 뮤지컬 ‘회전목마’ 중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면’, 젱킨스와의 2중창으로 부른 ‘어머니에게’, 솔로로 부른 ‘베사메무초’와 ‘그라나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도밍고의 고음은 전성기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었고 그가 놀랍게도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을 때 청중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특히 품위 있는 인격자인 그의 열정적이면서도 성실하고 부드러운 무대 매너는 청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평생 전 세계의 청중에게 멋진 음악을 선물한 도밍고. 그는 신이 우리에게 보내준 선물이다. 도밍고의 전성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장일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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