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Black&White]‘조서 라이벌전’ 시즌2 개막

  • 입력 2009년 1월 5일 15시 48분


새로운 기전의 창설 소식이 귀를 잡아끈다.

위성방송 Sky바둑이 한국기원과 손을 잡고 만든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제1기 Sky바둑배 시니어연승대항전’. 이름에서 드러나듯 만 45세 이상 ‘시니어’를 위한 대회이고, 방식은 연승전 형식의 대항전이다. 승팀에게는 5000만원, 패한 팀에게는 상금이 없다.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바둑사상 불멸의 라이벌로 꼽히는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을 톱으로 내세워 두 팀을 짠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조훈현 팀’과 ‘서봉수 팀’의 맞대결이다.

조훈현 9단은 통칭 바둑계에서 ‘조국수’로, 서봉수 9단은 ‘서명인’으로 불린다. 그래서 두 팀의 정식 이름은 ‘국수팀’과 ‘명인팀’이다.

조국수와 서명인을 주장으로 각각 8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 방식으로 대결을 한다는 것이 이 대회의 골격이 되겠다.

2008년 12월 29일 한국기원. 시니어기전인 만큼 예선 대국장은 반가운 얼굴들로 가득 들어찼다. 모두들 ‘왕년의 한 칼’씩을 날렸던 인물들로 올드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대박의 연말선물이었다.

대회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환호 일색이다.

‘정겨운 분위기가 우리 동네 기원하고 얼추 비슷하군요. 나도 돈을 벌어 놓았다면 이런 대회 하나쯤 후원하고 싶어집니다’, ‘얼굴을 뵈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여러분이 밑에서 받쳐주었기에 한국바둑이 세계를 호령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회를 자주 해서 원로급이 되어버린 분들의 대국도 자주 접했으면’, ‘가요계도 7080이 인기 높은데, 모처럼 신선한 기획’ 등 대회를 향한 팬들의 눈길은 따뜻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조훈현과 서봉수라는 두 거인의 존재감. 80년대 한국바둑계를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했던 두 사람은 반상뿐만 아니라 반외에서도 치열한 라이벌 의식을 감추지 않아 늘 화제가 됐다.

대국 후 복기없이 찬 바람 쌩쌩 부는 모습으로 뒤돌아서던 두 사람. 대국 중 한 쪽이 바둑잡지를 보자, 다른 한 쪽은 질세라 주간지를 펴들었다는 식의 에피소드들은 이제 전설로 통한다.

세월은 무쇠도 녹인다. 오십대 중반에 들어선 두 사람의 관계도 예전만 같지는 않다. 서봉수 9단은 인터뷰(본지 2008년 4월 19일자)에서 “조훈현 9단이 손을 내민다면 언제라도 마주잡을 마음이 있다”라고 마음을 열어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왕년의, 아니 일생의 두 라이벌이 개인전을 탈피해 이번엔 팀을 짜서 다시 한 번 링에 오른다.

주장은 선수로 직접 뛰는 것은 물론 팀원들의 오더도 짜야 한다.

이세돌, 이창호가 세상을 쥔 시대지만, ‘조-서 라이벌전’은 여전히 바둑계의 뜨거운 빅카드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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