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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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煮豆燃기(자두연기)는 콩을 삶으려 콩깍지를 태운다는 말로 형제간의 해침을 비유한다. 반대로 煮粥焚鬚(자죽분수)는 형제간의 우애를 비유한다. 唐(당)의 李勣(이적)이란 학자가 누이의 미움을 쑤다가 수염을 태운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釜(부)는 가마 또는 발이 없는 솥이다. 발음요소인 父(부) 아래에 金(금)의 일부분이 생략된 형태이다. 泣(읍)은 흐느끼다의 뜻으로 소리 없이 또는 낮은 소리로 우는 것이다. 소리 내서 우는 哭(곡)과는 구별된다.
曹操(조조)의 아들로서 魏王(위왕)이 된 曹丕(조비)는 자기보다 文才(문재)가 뛰어났던 동생 曹植(조식)을 미워하였다. 그리하여 극형으로 위협하며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도록 명하였다. 그때 지은 조식의 즉흥시는 다음과 같다. “콩을 삶으며 콩깍지 태우니, 콩은 솥 안에서 흐느낀다.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볶아대는 것이 어찌 그리 심한가.” 유명한 ‘七步詩(칠보시)’이다.
위의 시를 근대의 대학자 郭沫若(곽말약)은 다음과 같이 변형시켰다. “콩을 삶으며 콩깍지 태우니, 콩은 익고 콩깍지 역시 재가 된다. 같은 뿌리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기꺼이 자신을 바칠까.” 이렇게 기존 시의 틀을 유지한 채 약간의 변화를 주어 다른 내용으로 바꾼 시를 剝皮詩(박피시)라고 한다. 원래의 시가 형제간의 험악한 인정을 보인 반면 곽말약의 박피시는 헌신적인 형제애를 보였다. 대학자의 유희는 역시 남다른 데가 있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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