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11>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21세기 연구회 지음/베스트홈

《“문학 방면에서 요리계에 이름을 떨친 인물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인 알렉상드르 뒤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오늘날 일반 요리 사전에는 ‘뒤마 식의 오마르’라는 요리명이 나온다. 또한 몽테크리스토의 이름도 케이크나 최고급 하바나산 시가의 브랜드가 되어 있다. 하지만 뒤마 본인은 ‘장 자크 루소식 양의 넓적다리 고기’ 등의 예를 들며 ‘요리 이름에 일부러 위인들의 이름을 쓰는 것’은 이상한 풍조라고 비판했다.”》

아일랜드 독립 숨은 공신, 감자

19세기 중반, 미국의 휴양지인 새러토가 스프링스의 식당 요리사인 조지 크럼은 심기가 불편했다. 프렌치프라이가 너무 두꺼워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손님이 불평한 것이었다. 크럼은 감자를 평소보다 더 얇게 썰어 튀겼지만, 그래도 손님은 만족하지 않았다. 화가 난 크럼은 화풀이로 감자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포크로 찌를 수 없을 만큼 바삭바삭하게 튀겨 손님에게 내놓았다. 그런데 크럼의 생각과는 반대로 손님은 매우 맛있게 접시를 말끔히 비웠고, 그 후로 이 얇은 감자튀김은 ‘새러토가 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순식간에 그 식당의 대표 메뉴가 됐다. 이후 20세기 초 감자 껍질 벗기는 기계가 등장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요리사의 화풀이로 생겨난 ‘포테이토칩’은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낵이 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음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음식과 요리에 얽힌 재미난 사례와 음식 지식을 담고 있다. ‘세계를 바꾼 신대륙의 식재료’ ‘요리의 국적’ ‘음식의 어원과 기원’ ‘미식가와 관련된 요리’ ‘음식을 둘러싼 속담’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역사학, 문화인류학, 고고학, 종교학, 생활문화사학을 연구하는 일본 학자 9명이 모여 만든 ‘21세기 연구회’가 썼다. 읽기 쉽게 번역된 문장에 주석과 역주도 꼼꼼히 달았고 책 중간중간 음식의 이동경로를 표시한 지도도 실었다.

감자는 음식 하나가 세계 식문화를 어떻게 바꾸고, 나아가 세계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남미 한랭한 고지대에서 재배되다가 유럽으로 전해진 감자는 곡물을 대신한 전분식으로 북부 유럽의 농민을 만성 기아 상태에서 해방시켰다. 굶어죽는 사람이 격감하며 출생률은 높아져 인구가 증가했다. 특히 18세기 아일랜드의 농민은 1년 중 10개월은 감자와 우유로, 남은 2개월은 감자와 소금만으로 살았을 만큼 감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감자밭에 전염병이 돌며 100만 명이 기근으로 희생됐고 이보다 많은 인구가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미국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일랜드계는 이때 감자 기근을 피해 건너간 이주민의 자손이다.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는데 감자 대기근에 대한 영국의 차가운 대응에 아일랜드인은 분노했고 결과적으로 아일랜드의 독립으로까지 이어졌다.

음식과 관련된 각국의 속담이나 표현을 다룬 마지막 장도 흥미롭다. ‘모든 돼지에게 성 마틴의 날은 온다’(‘내가 한 일에 대해 언젠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의 스페인 속담), ‘빵과 소금은 거절할 수 없다’(접대를 거절하는 사람은 없다), ‘빵과 소금을 잊는다’(은혜를 잊는다) 등 빵과 소금이 들어간 러시아 속담, ‘오십보백보’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속담 ‘주파(수프)가 아니면 젖은 빵’ 등의 유래도 설명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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