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8>한국음식 오디세이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한국음식 오디세이/정혜경 지음/생각의나무

《“한국 음식의 우수함은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우리 음식은 외면당하고 있을까. 이제 음식은 더 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코드의 일종인데, 아직 한국 음식은 문화적인 코드로는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음식 핵은 김치도 된장도 아닌 □!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저자는 한국 음식이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다. 세계 식탁에서 자연식, 건강식이 화두인 요즘 한국 음식만큼 그 화두에 들어맞는 음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한국 음식을 ‘한국 문화의 진수’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음식의 가치를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곧 한국 문화의 세계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 스스로 한국 음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이 책을 썼다. “요리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한국 음식의 특성과 원리, 철학 등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파헤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 단계는 우리 전통 음식의 특징을 살피는 일. 그 가운데서 저자는 궁중음식과 이를 이어받은 반가(班家)음식에 주목했다.

궁중음식은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저자는 “‘대장금’은 궁중음식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궁중음식에 담긴 문화적 속성을 재해석했다”고 평가했다. 저자가 첫손에 꼽은 속성은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사상. ‘약과 음식은 근본이 동일하다’는 뜻으로 음식이 영양을 보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몸을 고칠 수 있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궁중음식으로는 두부전골을 들었다. 육식을 못하는 승려들이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콩을 가공해 만든 두부전골이 궁중으로 전해져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궁중음식은 서울의 양반가로 전해져 반가음식의 토대가 됐다. 서울 반가음식의 특징은 까다롭고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면서도 ‘식품 재료의 맛을 잘 발현하도록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시풍속에 맞춰 먹는 음식도 소개한다. 우리 조상들은 설에는 떡국을 먹고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과 약식, 음력 3월 3일 삼짇날은 진달래화전과 개피떡을 해 먹었다. 섣달그믐 때는 묵은해의 음식을 정리하기 위해 오늘날의 비빔밥에 해당하는 골동반을 만들어 먹었다.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담고 있는 고(古)조리서를 다룬 장에서 “엄격한 유교 국가였던 조선시대에 음식 관련 책을 남성들이 많이 썼다”고 소개한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는 1400년대 중반 집필된 ‘산가요록(山家要錄)’을 최초의 조리서로 꼽았다. 의관(醫官)으로 봉직한 전순의가 쓴 것으로 200여 가지의 조리법과 채소 과일 생선 등 보관법 27가지가 기록돼 있다.

저자가 무엇보다 한국 음식의 최고봉으로 밥을 꼽은 대목은 밥상의 주인은 밥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흔히들 한국음식을 말할 때 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과 김치 같은 매운 음식을 얘기하는데 이는 한국 음식의 핵을 보지 못한 견해다. 한국 음식의 최고봉은 무엇보다 밥이다. 밥을 먹기 위해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 음식을 반찬으로 먹는 것이지 반찬을 먹으려고 밥을 먹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밥 외의 부식은 밥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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