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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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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도’의 조선 화가 김명국이 1636년 조선통신사로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자 ‘달마도’를 그려달라는 일본인들이 줄을 섰다.
그림을 받은 일본인들은 김명국에게 머리를 조아려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일본인들이 조선 회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이처럼 일본에 끼친 조선 회화의 영향을 조망하는 대규모 일본 순회 전시가 처음 열린다.》
도치기현립미술관 등 4곳 합동기획
330여점 전시… 日 최초 공개 작품도
‘만폭동도’ 등 30여점은 한국서 대여
한국과 일본의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 초기∼말기 회화 330여 점을 모은 이 전시는 일본의 미술관과 박물관 네 곳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본 내 조선 회화도 대거 발굴해 선보인다.
일본 도치기현립미술관, 시즈오카현립미술관, 센다이시박물관, 오카야마현립미술관에서 11월 2일∼내년 7월 12일 ‘조선 왕조의 회화와 일본-소타쓰, 다이가, 자쿠추도 배운 이웃 나라의 미(美)’전을 잇달아 연다.
소타쓰, 다이가, 자쿠추는 일본 회화의 거장 다와라야 소타쓰(?∼1634), 이케노 다이가(1723∼1776), 이토 자쿠추(1716∼1800)를 가리킨다. 일본 회화의 거장들이 배운 조선 회화의 미를 직접 감상해 보자는 게 전시의 취지.
도치기현립미술관 하시모토 신지 특별연구관은 “15∼16세기 이후 일본 회화는 조선 회화 없이 이해할 수 없어 한국 회화의 영향을 실물로 보여주려고 했다”며 “이암이나 신사임당이 그린 화조도, 초충도, 동물 그림 등은 중국 회화보다 더 큰 영향을 일본 화단에 미쳤다”고 말했다.
일본 미술관들은 전시를 위해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서울대박물관 고려대박물관 동국대박물관 순천대박물관 삼성미술관리움 북촌미술관 등과 개인에게서 겸재 정선, 오원 장승업, 신사임당, 현재 심사정의 작품 30여 점을 빌렸다. 정우택 동국대 교수와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가 한국 측 자문을 맡았다.
일본 순회 전시를 떠나는 한국의 회화들은 정선의 만폭동도(서울대박물관 소장), 박연폭도(개인), 김홍도의 금계도병(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신사임당의 초충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장승업의 산수인물영모도 병풍(개인) 등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일본 내 조선의 회화들은 안견, 김정희, 장승업, 신사임당의 작품을 비롯해 300여 점이다. 이들 작품은 도쿄국립박물관, 교토국립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 오사카시립미술관 등 일본 전국 박물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의 회화에 영향을 크게 미친 작품이며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그림도 많다.
전시 기획자 중 한 사람인 도쿄대 이타쿠라 마사아키 교수는 “그동안 일본은 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일본 회화를 분석해 일본 회화에 끼친 한국 회화의 영향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있었다”고 말했다.
진준현 서울대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정선의 만폭동도, 심사정의 괴석초충도 등 이번에 빌려준 그림은 우리 박물관에서도 가장 좋은 작품에 속한다”며 “일본에 빌려준 적이 없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한일 문화교류라는 순수한 취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