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기자의 音談패설] 일흔여덟 디바의 뜨거운 ‘전설의 선율’

  • 입력 2008년 10월 7일 08시 13분


오마라 포르투온도 60주년 기념 내한공연

3일 일흔여덟의 ‘노(老) 디바’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내한 공연은 예상대로 대성황이었다.

쿠바음악의 전설적인 음악집단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마지막 보컬리스트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이번 공연은 그녀의 음악인생 60년을 기념해 진행 중인 월드투어의 일환이었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당신과,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힘겨운 세상이지만 인생은 아름답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따뜻했고 가슴 뭉클한 격정을 담고 있었다.

콤파이 세군도(기타), 루벤 곤잘레즈(피아노), 이브라임 페레르(보컬) 등이 차례로 세상을 뜬 지금, 그녀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유일한 마지막 생존자이다. 그녀의 나이 역시 여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팬들은 이번 공연을 그녀의 마지막 내한공연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만석인 관중석을 향해 그녀는 더 없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때로는 격렬한 라틴리듬에 맞춰 ‘전설’의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무대 밖의 그녀는 우리들의 외할머니처럼 친근하고 따스하다.

공연 관계자들을 보면 “내 딸 같다”며 그렇게 친근하게 대할 수 없다. 기획사 직원들치고 그녀의 온정어린 포옹과 볼 입맞춤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이다. 이번 내한에서도 통역자에게 “빨리 시집가야겠다.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마”며 농담을 걸었다. 대부분의 식사를 호텔에서 해결해야 할 정도로 일정이 빠듯했음에도 손녀와 약속했다며 노트북을 쇼핑하러 나가는 그녀는 영락없는 한국의 할머니였다.

“혹시 이번이 마지막 내한공연이 아닐지”라는 질문에 그녀는 농담 말라는 듯 웃었다. “나는 계속 노래를 할 것이고, 한국에도 다시 올 거예요. 그때 우리 또 만나요.”

그녀가 노래를 계속 하는 한, 한국의 팬들도 계속해서 그녀의 무대를 찾을 것이다. 할머니의 베갯머리 옛날 얘기를,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는 알지 못하리라.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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