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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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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00년경만 해도 유럽과 지중해 지역에는 60개가 넘는 다채로운 언어가 북적였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600년이 지난 기원후 500년경에 살아남은 언어는 라틴어, 그리스어 등 10개 언어뿐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상당한 정치적 지배력을 뽐냈던 갈리아어와 카르타고어도 사라진 언어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갈리아어와 카르타고어는 로마 제국의 많은 지역에서 일상어로 쓰이고 있었지만 로마 제국은 법과 무역, 행정업무의 문서를 라틴어로만 쓰게 했다. 결과적으로 갈리아어와 카르타고어의 기록 문화는 보존되지 못했다.
현재 모국어(mother tongue)로 사용되는 언어는 5000개. 그러나 저자는 이 중 절반인 약 2500개 언어가 21세기에 사라질 것으로 추정한다. 평균 2주에 1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영국의 언어학자인 저자는 많은 나라에서 태어나 처음 배우는 모국어가 소수 언어일 경우 ‘모국어’보다는 ‘국가어(national language)’나 외국어를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사용한 용어 ‘모국어’는 모국의 언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태어나 처음 배우는 지역 언어다. 국가어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한 국가의 의사소통어로 인정되는 언어다.
서로 소통이 가능한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국가 내의 소수 언어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제주 방언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제주 방언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소수 언어지만 사라져 가고 있다. 저자가 말한 사라지는 2500여 언어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영어가 강조되고 영어가 공식 언어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언젠가 전 인류가 영어만 쓰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이 책은 사라지고 있는 언어 다양성의 실태를 파헤친다.
1922년 자치권을 얻은 아일랜드는 정책적으로 아일랜드어를 가르쳤지만 1922년 15%에 이르던 아일랜드어 사용자가 1981년 오히려 3%로 감소했다. 영어가 아일랜드 경제 활동에서 주도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