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작품 내손으로” “나는 아이디어만”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英 나이절 홀-中 주톄하이 서울서 개인전

개인전을 위해 최근 내한한 영국의 조각가 나이절 홀(65)과 중국의 인기 작가 주톄하이(42)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홀은 대형 조각을 제외한 모든 작품을 직접 자기 손으로 제작한다. 서구 출신인데도 작품에서 동양적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반면 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남의 손을 빌려 그려낸 회화를 선보인다. 고전 명화 속 얼굴을 낙타로 바꿔 놓은 그림은 서양 미술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담고 있다. 두 전시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다.

△나이절 홀전=그는 자연과 풍경, 사물에 대한 영감을 원과 원뿔, 직선 등 기하학적 형태로 재창조하는 작가다. 사막이나 산, 바다처럼 열린 공간을 좋아하는 그는 조각과 공간 사이의 상호작용, 이로 인해 공간의 느낌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데미언 허스트 같은 미술가들이 많은 조수를 데리고 작품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그는 “내게 즐겁고 행복한 일을 왜 포기하느냐”며 대부분 작업을 직접 해낸다.

무한대 기호(∞)처럼 보이는 ‘Venetian Twist’는 베니스 여행할 때 곤돌라의 노 젓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 그의 조각과 드로잉은 서울 청담동 박여숙 화랑(10월 17일까지, 02-549-7574)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주톄하이전=상하이 출신인 주는 가짜 약을 뜻하는 ‘플라시보(placebo)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고야와 앵그르 등이 그린 고전 명화 속 등장인물의 얼굴을 담배 브랜드 ‘카멜’의 아이콘으로 대체한 그림들로 모두 남의 손을 빌려 작업했다. 작가는 “나는 그리는 행위보다 어떤 이미지와 재료를 사용할지 아이디어를 찾고, 그것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더 즐긴다”며 “내 역할은 영화감독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플라시보’ ‘토닉’ 시리즈를 비롯해 작은 그림과 텍스트로 구성된 ‘디저트’ 시리즈를 내놓았다. 10월 18일까지 서울 화동 pkm갤러리(02-734-946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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