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고전서 찾는 ‘사랑 방정식’

  • 입력 2008년 9월 27일 03시 00분


◇ 사랑이 내게로 왔다/이주향 지음/296쪽·1만1000원·시작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열정, 지고지순한 헌신과 배려가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괴로움, 운명적인 엇갈림과 걷잡을 수 없는 질투도 다채롭게 변주되는 사랑의 일면이다.

이 책은 그리스신화, 구약의 아가서, 일연의 삼국유사,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J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등 동서고금 33편의 책에 등장한 사랑의 면면을 철학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사랑이란 범주는 한곳에 한정되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지와 사랑’에서 골드문트의 예술 혼을 일깨워주는 수도사 나르치스의 사랑은 정신적 멘터가 보여 주는 배려의 사랑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것은 뒤늦게 깨달은 장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저자는 고전 속 인물이 보여 주는 사랑의 방식을 통해 누구나 ‘사랑’에 대해 한번쯤 던져보던 물음들을 정리하고 이야기 속에 담긴 사랑의 의미를 한 겹씩 풀어낸다.

그리스신화 속엔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을 보자. 매일 밤 찾아왔다 새벽과 함께 사라지는 남편의 얼굴이 궁금했던 프시케가 금기를 깨고 등불 앞에 선 신인 에로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저자는 불안과 의혹 때문에 금기를 깬 프시케를 통해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지만 그런 사랑에 쉽게 도달하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오만했던 엘리자베스와 명문가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 편견을 갖고 있던 다아시는 사랑을 통해 성숙해진다. 사랑은 오만과 편견의 곰팡이를 걷어 내는 역할을 한다. 글마다 작품 속 주인공과 저자의 ‘가상인터뷰’가 실려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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