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제국’을 적신 토종 아리아…유러피언 갈라콘서트

  • 입력 2008년 9월 9일 08시 18분


“이상한 일이지. 악기는 사람 목소리를 닮으려 하고, 사람은 악기 소리를 닮으려 하거든.”

옛 명장이 남긴 말이다. 연주자는 실력이 늘어갈수록 사람 목소리에 가까운 음색을 내고, 노래하는 사람은 목소리가 악기를 닮아간다.

특히 악기는 저마다 ‘육성에 최대한 근접함’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가사도 알아듣지 못 하는 외국의 가곡과 오페라를 눈물까지 줄줄 흘려가며 듣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의 언급이 해답의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사람의 목소리는 자고로 최상의 악기라 했다. 잘 갈고 닦은 육성은 확실히 악기처럼 들린다. 바이올린처럼, 첼로처럼, 플루트와 클라리넷처럼. 때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천사들의 수금과 나팔처럼.

한국 성악가들이 유럽무대에서 맹렬한 활약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알아도 소프라노 조수미의 선에서 정보의 한계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한국은 성악의 강국으로 꼽힌다. 조수미가 해외 진출 성악가 1세대로 한국사람 ‘목청’의 아리따움을 유럽인들의 귓속 깊이 새겨 넣은 이후 의욕으로 똘똘 뭉친 후배들이 호연을 거듭하며 성악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테너 김우경, 소프라노 임선혜를 비롯해 바이로이트축제에 정기적으로 초대받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 등의 이름은 반드시 기억해 둘 만하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이하는 ‘유러피언 갈라콘서트’는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일의 가왕들이 꾸민 일종의 검증무대이다.

바로크 레퍼토리를 주무기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극장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이현(소프라노), 할레 슈타츠카펠레 소속으로 로시니의 ‘에르미오네’를 통해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낸 김여경(메조소프라노), 벨리니콩쿠르·프린시스카 쿠아르트콩쿠르·발레시아 무지카콩쿠르에서 연속 우승한 김기현(테너), ‘파르지팔’ ‘니벨룽겐의 반지’의 호연으로 바그너 스페셜니스트로 불리는 최주일(바리톤) 등이 무대 뒤에서 목을 풀고 있다.

젊은 날의 싱싱한 목소리로 들려줄 걸작 오페라의 아리아 모음. 올 가을, 사랑이란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보고 싶은 사람들은 필청이다. 주세페 핀치가 지휘하는 유라시안필하모닉이 협연한다.

[일시] 9월 24일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599-5743

[티켓] 2만원∼5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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