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돈…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역사 만드나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화폐의 역사/캐서린 이글턴, 조너선 윌리엄스 외 지음·양영철, 김수진 옮김/350쪽·2만9000원·말글빛냄

“많은 주화들은 그리스의 도시들 혹은 통치자들에 의해 발행됐다. 그들은 여러 가지 지불에 사용하기 위해 동전을 주조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배심원 일을 하거나 의회 등에 참석해 나라에서 돈을 받았다. 함대의 노 젓는 사람이나 용병에게 돈을 지급하는 등 군비에도 주화가 필요했다.”

인간이 자급자족을 넘어 물물교환에 나서고 한발 더 나아가 돈을 사용하게 된 것은 일대 혁명이었다. 돈은 사회적 합의와 규율을 필요로 했고 인간사회 변화의 중심에 섰다.

대영박물관에서 화폐와 동전을 전담하는 큐레이터인 저자들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이집트, 인도와 근대 유럽에 이르기까지 각 문화 속에서 돈이 어떻게 등장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다.

귀한 금속을 돈으로 사용했다는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BC)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이 흘러 지중해와 서아시아, 인도 지역에 금·은·동 주화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BC 250년경이었다.

로마의 경우 화폐제도의 틀을 갖춘 것은 전쟁 덕분이었다. BC 300년경 전후 로마는 바다를 건너 전쟁에 나서기 위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있었다. 병사들에게 임금도 주고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화폐제도가 긴요했던 것이다. 저자는 “로마의 지배 하에서 화폐 사용은 군대를 매개로 (유럽)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갔다”고 표현한다.

동아시아에서 지불에 사용된 주화로 부를 수 있는 최초의 것은 BC 700년∼BC 600년경 중국 주나라 때 발행한 삽과 칼 모양의 청동 화폐였다.

농기구를 본떠 만든 이 화폐들은 BC 300년경 진시황제 때 원형에 네모난 구멍을 뚫고 반량(半兩)이란 글자를 새긴 ‘반량전’으로 바뀌었고 한무제 때 오수(五銖)라는 명문을 넣은 오수전을 거쳐 당나라 때인 621년 개원통보로 대체된다.

개원통보는 무게를 표시하는 글자가 새겨졌던 이전의 반량전이나 오수전과 달리 발행 시기와 통화 명칭을 넣은 본격적인 화폐였다. 저자는 당나라의 위세가 주변국까지 퍼진 결과 일본에서 708년, 베트남에서 970년, 한국에서 996년(건원중보) 최초의 화폐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한다.

또 인도와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 네팔, 스리랑카의 화폐 단위인 루피(Rupee)는 ‘은화’를 의미하는 인도(힌디)어 루피아(Rupya)의 영어식 표현이다. 저자는 루피라는 말은 16세기 이래 인도에서 존재했던 것이지만 루피가 규격화된 화폐 단위로 도입된 것은 1835년 영국 동인도회사가 같은 이름으로 돈을 찍어 내면서부터였다고 설명한다.

화폐의 기원과 변화를 중심으로 인간 역사를 쓴 이 책은 고대 주화부터 현대 지폐까지 다양한 화폐의 사진을 풍부하게 싣고 있어 ‘화폐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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