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클럽 파티에 빠지다

  • 입력 2008년 7월 17일 03시 00분


서울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의 쇼케이스. 사진 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서울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의 쇼케이스. 사진 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검은 재킷과 타이트한 검은 원피스에 감춰진 육감적인 몸매. 마침내 그녀의 입술에서 ‘미 앤드 마이 베이비’가 흘러나오자 기립한 관객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4일 오후 8시 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럽 ‘서클’. 클럽 마니아들로 붐비는 금요일 오후이지만 이날은 뮤지컬 팬들로 가득 찼다.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은 뮤지컬 ‘시카고’의 쇼 케이스였다.

최정원 남경주 옥주현 배해선 성기윤 김지현 씨 등 주요 출연진이 작품의 무대 의상을 입고 나와 ‘올 댓 재즈’ 등 히트 넘버를 부르자 클럽은 곧 작은 뮤지컬 무대로 바뀌었다.

백민주(29) 씨는 “시카고란 작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쇼 케이스를 보고 나니 작품 전체를 꼭 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뮤지컬이 클럽에 빠졌다.

3월 ‘이블 데드’를 시작으로 ‘캣츠’ ‘시카고’ 등 올해 뮤지컬 기대작들이 잇달아 클럽에서 쇼 케이스를 열었고 9월에는 ‘록키 호러 픽처 쇼’가 준비되고 있다.

첫 스타트를 한 ‘이블 데드’는 동명의 B급 호러 무비를 리메이크했다.

공연을 앞두고 국내 뮤지컬 시장에 생소한 호러 장르로 ‘기대 반 우려 반’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류정한 양준모 백민정 씨 등 주요 배우들이 쇼 케이스에서 모노톤의 기괴한 옷차림과 피범벅이 된 얼굴로 나와 뮤지컬 하이라이트를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 클럽은 수백 명의 뮤지컬 마니아로 가득 찼고 ‘독특하다’ ‘신선하다’는 입소문을 탔다. 공연 중 배우가 뿌리는 가짜 피를 뒤집어써야 하는 ‘스플래터’석은 티켓 발매 당일에 전석이 매진됐다.

‘캣츠’는 5월 한 어학원과 함께 서울 지하철 강남역 근처의 한 클럽에서 ‘캣츠 파티’를 열었다.

조건은 ‘캣츠’와 관련된 액세서리를 걸치는 드레스 코드. 그날 저녁 그곳에는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팔찌와 머리띠를 한 1000여 명의 인원이 몰려들어 한 번에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고 28일 잠실의 한 클럽에서 더 큰 규모의 추가 파티를 열기로 했다.

이 행사에는 현재 공연을 하고 있는 오리지널팀과 9월 공연 예정인 한국팀 배우들이 참가하고 ‘캣츠’와 관련된 소품의 경매행사도 계획돼 있다.

9월 열리는 ‘록키 호러 픽처 쇼’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을 빌려 홍록기 송용진 등 출연 배우들이 나와 노래뿐 아니라 관객과 함께 술자리에 어울리는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다.

‘캣츠 파티’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캣츠’ 카페나 인터파크의 이벤트 추첨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록키호러픽처 쇼’는 클럽 방문자 모두에게 공개된다.

‘시카고’를 올린 신시뮤지컬컴퍼니 최승희 실장은 “초대 손님들은 한국 뮤지컬계의 주요 고객인 뮤지컬 동호회나 배우 팬클럽 운영진을 통해 입소문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록키 호러 픽처 쇼’의 임미란 프로듀서는 “클럽 특유의 흥겨운 분위기도 뮤지컬을 재미있게 즐기는 문화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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