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유대인 도망자들 살린 폴란드 동물원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 미친 별 아래 집/다이앤 애커먼 지음·강혜정 옮김/404쪽·1만5000원·미래인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 점령 아래 있던 폴란드 바르샤바동물원.

이곳에는 표범 우리에 살며 표범이라 불리지만 사람이며, 검은담비 가족이라 불리지만 인간 가족인 이들이 살았다. 이들은 돼지, 산토끼, 오소리, 여우 등 다양한 동물의 이름으로 불렸다. 나치에 저항하는 비밀 지하운동조직원과 유대인 도망자들이었다.

이 책은 유대인과 저항운동원 300여 명의 목숨을 구해낸 바르샤바동물원장 얀 자빈스키와 아내 안토니나의 이야기다. 행여 사소한 말실수로 유대인을 숨겨준 사실이 드러나면 가족이 몰살당할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에게 안식처를 내줬다.

저자는 안토니나가 남긴 일기 등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바르샤바동물원의 생활상을 생생히 재구성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욕타임스’ 등에 오랫동안 자연과 인성(人性)에 관한 에세이를 써 온 작가의 내공 덕분에 소설처럼 긴박하게 읽힌다.

이 책은 나치의 이율배반적 속성도 함께 폭로한다. 나치는 유대인을 몰살하려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은 끔찍이 아꼈다. 진귀한 동물의 순종 혈통을 복원해 인종 우월주의를 동물에도 실현하려 한 것.

한국어판 제목은 동물원의 암호명이다. “집이라기보다는 진기한 구경거리로 가득한 특대형 호기심 상자로, 괴상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뒤범벅돼 요행히 들키지 않고 살아가는 이상한 곳이라는 의미”다. 원제는 ‘The Zookeeper’s Wife’.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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