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우리 집에 놀러 올래?”…‘친구가 필요해’

  • 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친구가 필요해/박정애 지음·김진화 그림/99쪽·8000원·웅진주니어(초등학교 저학년)

키가 작은 은애에게 환경운동가인 엄마가 사주는 옷은 언제나 포대자루같이 크다. 벼룩시장, 자선바자에서 평균 1000원 미만으로 해결한 옷들이기 때문이다. 헌 옷이란 건 그렇다 치자. 은애에게 내심 두려운 것은 ‘옷을 버린 주인’과 마주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길한 상상이 현실이 돼 버렸다. 그것도 하필이면 그애에게 걸렸다. 호수초등학교 3학년 3반에서 키도 제일 크고 옷도 잘 입는 오지희가 여느 때처럼 시비를 걸며 말한다.

“야, 조은애. 네가 입은 이 노란 원피스 말이야. 내가 입다 버린 것 같거든? 여기 이 얼룩. 이거 내가 홍시 먹다 흘려서 생긴 얼룩이야…너 이제 봤더니 거지구나?”

속으로 좌절하면서 ‘엄마는 완전 계모다, 사랑하는 우리 딸 어쩌니 하면서 남 입던 옷만 사서 입힌다’고 불평할지언정 이 아이는 깡다구 있게 대꾸한다. “옛날에는 네가 이 옷 주인이었을 수 있어도 지금은 내 옷이야. 우리 엄마가 바자회에서 돈 주고 샀으니까.”

의식 있고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지 않은가.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볼품없는 외모와 지저분한 차림 탓에 ‘난쟁이 똥자루’란 놀림을 받아도 전혀 기죽지 않는 은애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외롭다.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괜찮은 척하지만 괜찮지 않다. 곰곰이 거울을 들여다보면 오지희 말처럼 자신이 진짜 ‘지질’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머리에 이가 있다느니 무좀이 있다느니 하는 소문을 오지희 일당이 퍼뜨리고 다니자, 짝인 박하은마저 자신을 슬금슬금 피하는 듯해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진다. 오지희가 환경운동을 하러 다니는 엄마를 두고 ‘새엄마’라고 말하고 ‘친엄마 제삿날’ 운운하자 열 받은 은애가 음식이 든 식판을 오지희의 머리 위에 엎어버린 것.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는 환경에 대해 강의하는 ‘일일교사’로 학교에 출동하고 이모가 찾아와 친구 사귀는 비법을 귀띔해 준다.

한 번에 잘되지는 않지만 은애는 씩씩하게 위기를 잘 헤쳐 나간다. 정말 얄밉지만 오지희 일당에게 “너는 장미꽃 엄마 딸이라서 장미꽃이고 너는 나리꽃같이 세련됐어”라고 큰 맘 먹고 칭찬도 해준다. 짝꿍 박하은에겐 “우리 집에 놀러 올래?” 하고 먼저 다가가기도 한다.

집단따돌림이란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의 밝은 태도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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