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네트워크에 답이 있다…‘스마트 월드’

  • 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스마트 월드/리처드 오글 지음·손정숙 옮김/504쪽·2만 원·리더스북

“지능은 외부에 있다. 인간의 사고는 머릿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 책의 도발적 주장이다. 저자는 먼저 테크놀로지를 예로 든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점화 시기, 공기 양을 조절하는 밸브, 브레이크 압력까지 일일이 손으로 조정해야 했다. 지금은 훨씬 복잡한 비행기 조종도 컴퓨터 통제 메커니즘이 인간 두뇌의 웬만한 사고 과정을 대신한다. 두뇌 외부로 사고가 확장된 셈이다.

저자는 테크놀로지는 네트워크로 구성된 아이디어 공간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러고는 창조성의 원천이 두뇌가 아니라 두뇌 밖 아이디어 공간에 있다고 말한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주장이다. 네트워크 과학을 알아야 한다.

링크는 관계다. 이 관계로 이어진 수많은 개체가 노드(node·데이터 통신망의 분기점이나 단말기의 접속점을 뜻하는 용어)다. 인적 네트워크에서는 인간이 노드다. 유달리 수많은 링크로 연결된 노드를 허브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노드 허브 링크로 설명하는 게 네트워크 과학이다.

네트워크 아이디어 공간은 오랜 지적 성과로 이뤄진 학문 세계일 수도 있고 수많은 작품의 예술계일 수도 있다. 과학, 제도, 신화, 비즈니스 모델, 문화 등이 얽히고설킨 세계다. 창조성에 영감을 줄 아이디어는 링크를 통해 노드와 허브를 떠다닌다. 이 세계가 ‘스마트 월드’다.

저자는 이런 네트워크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천재적 두뇌만으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네트워크 공간에서 노드와 허브를 오가며 상호 작용하는 아이디어들을 상상력, 통찰, 직관으로 잡아채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재 화가 피카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프랑스 트로가데르 박물관. ‘2류 작품’이라는 이유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지 못한 아프리카·남태평양의 악기, 가면이 어지럽게 전시된 곳. 이곳에 젊은 피카소가 들어섰고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그날 ‘아비뇽의 처녀들’이 내게 찾아왔다.”

피카소는 아프리카 미술에서 대상의 본질적 특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비구상주의의 통찰력을 얻었다. 이로써 인간의 모습을 사실에 가깝게 추구해야 한다는 서양미술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세기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저자는 피카소의 천재성이 오로지 두뇌 안에서 발현된 게 아니라 박물관의 아프리카 미술이라는 네트워크 아이디어 공간을 직관적으로 낚아챈 덕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9가지 네트워크 아이디어 공간 법칙을 소개한다. 이는 곧 아이디어 공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창조성의 도약에 이를 수 있는 법칙이기도 하다.

티핑포인트의 법칙. 티핑포인트는 양의 증가가 어느 순간 질적 변화로 급격히 전환하는 것. 적합한 아이디어를 많이 찾아내면 낼수록 어느 순간 이 아이디어들이 상호 작용에 의해 창조성으로 전환된다.

적익부(敵益富)의 법칙. 창조적 생각에 어울리는 적합한 아이디어가 계속 몰리고 상호 작용해야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는 것. 이렇게 되면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며 관계를 맺는다(자연발생의 법칙).

수많은 관계가 생겨날수록 성공할 수 있는 창조성의 길을 찾기 어렵다. 아이디어의 창조성은 시대정신과 맞물릴 때 빛을 발한다(길 찾기의 법칙).

1950년 중반 루스 핸들러가 마텔사를 통해 내놓은 바비 인형이 대표적 사례다. 바비 인형은 아기 인형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성인 여성에 대한 소녀들의 동경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바비 인형의 성공은 일하는 여성, 자신감 있는 여성이 부각된 시대정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좁은 세상 네트워크 법칙). 동양에서 먼저 인쇄술이 발명됐으나 후대의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성공한 것은 시장, 자본의 활용, 주형 기술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러 아이디어를 적절히 통합해야 한다는 통합의 법칙 등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 원제 ‘Smart World’(2007년).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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