便(편)은 人(인)과 고치다의 뜻인 更(경)을 합해 사람이 불편한 것을 바꾸는 것을 나타냈다는 풀이가 있다. 편안하다는 본뜻 외에 便利(편리)하거나 유리하다는 뜻과 익숙하다는 뜻이 있다. ‘변’으로 읽으면 배설물이 된다. 또 便(편)은 위의 뜻과는 관계없이 문장 속에서 앞의 행위나 사실이 뒤에 바로 이어지는 것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며, 여기서처럼 ‘바로’로 옮겨진다.
是(시)는 옳다는 뜻 외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로 쓰인다. 또 전후의 양자가 같거나 후자가 전자의 종류나 속성 등을 설명하는 경우에 쓰이며, ‘∼이다’에 해당한다. 여기서의 便是(편시)는 ‘바로 ∼이다’로 옮길 수 있다.
事(사)는 흔히 일이라고 말하는 인간이 만나는 모든 현상을 가리킨다. 관직의 뜻, 섬기다의 뜻, 일삼다 즉 從事(종사)하다의 뜻도 있다. 師事(사사)는 스승으로 섬기다 또는 스승으로 모셔 가르침을 받다의 뜻이다. 無事人(무사인)은 걱정 없고 할 일 없는 한가하고 태평한 사람이다.
세상에 살면서 세상일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세상일을 좀 덜고 살 수는 있다. 세상에서 욕심내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잊으면 자연히 그만큼은 세상일을 덜 수 있다. 우선 그런 것을 이야깃거리로 삼지 않는다면, 조금은 더 세속의 번잡함을 잊고 한가할 수 있지 않을까. 唐(당) 杜荀鶴(두순학)의 ‘贈質上人(증질상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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