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49>逢人不說人間事, 便是人間無事人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逢(봉)은 相逢(상봉)처럼 만나다의 뜻이다. 맞이하다의 뜻과 迎合(영합)하다의 뜻도 있다. 逢變(봉변)처럼 당하다의 뜻도 된다. 人間(인간)은 사람을 뜻하는 동시에 사람이 사는 세상 또는 속세를 뜻하기도 한다. 人間事(인간사)는 세상일 또는 세속적인 일을 가리킨다.

便(편)은 人(인)과 고치다의 뜻인 更(경)을 합해 사람이 불편한 것을 바꾸는 것을 나타냈다는 풀이가 있다. 편안하다는 본뜻 외에 便利(편리)하거나 유리하다는 뜻과 익숙하다는 뜻이 있다. ‘변’으로 읽으면 배설물이 된다. 또 便(편)은 위의 뜻과는 관계없이 문장 속에서 앞의 행위나 사실이 뒤에 바로 이어지는 것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며, 여기서처럼 ‘바로’로 옮겨진다.

是(시)는 옳다는 뜻 외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로 쓰인다. 또 전후의 양자가 같거나 후자가 전자의 종류나 속성 등을 설명하는 경우에 쓰이며, ‘∼이다’에 해당한다. 여기서의 便是(편시)는 ‘바로 ∼이다’로 옮길 수 있다.

事(사)는 흔히 일이라고 말하는 인간이 만나는 모든 현상을 가리킨다. 관직의 뜻, 섬기다의 뜻, 일삼다 즉 從事(종사)하다의 뜻도 있다. 師事(사사)는 스승으로 섬기다 또는 스승으로 모셔 가르침을 받다의 뜻이다. 無事人(무사인)은 걱정 없고 할 일 없는 한가하고 태평한 사람이다.

세상에 살면서 세상일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세상일을 좀 덜고 살 수는 있다. 세상에서 욕심내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잊으면 자연히 그만큼은 세상일을 덜 수 있다. 우선 그런 것을 이야깃거리로 삼지 않는다면, 조금은 더 세속의 번잡함을 잊고 한가할 수 있지 않을까. 唐(당) 杜荀鶴(두순학)의 ‘贈質上人(증질상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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