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이 아니라 머리로 예술한다”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거대 화분’ 세계적 명성 佛 레노 서울 전시회

프랑스 출신 조각가 장피에르 레노(67·사진)는 ‘빅 폿(Big pot)’이라는 거대한 화분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화분’은 파리 퐁피두 미술관과 중국 쯔진청(紫禁城) 등에 설치된 바 있으며 국내에선 모 은행 CF에 등장해 친숙하다.

그의 작품전이 25일∼7월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피카소 모네 같은 화가의 이름을 판 위에 적은 신작 ‘단어’ 시리즈와 원색을 칠한 물감 통을 오브제처럼 구성한 ‘회화’ 시리즈가 눈에 들어온다. 갤러리 옥상에는 한국인이 ‘백의민족’이란 점을 고려해 만든 흰색 화분(200×216cm)이 전시돼 있다.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은 레노는 “내 작업은 손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개념 예술”이라며 “예술작품의 본질과 기능을 숙고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관람객들에게 지각의 습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혁신적이고 때로는 시적인 각도에서 세상을 보고 생각하게 한다’는 평을 듣는다.

평범한 간판처럼 보이는 ‘단어’ 시리즈에 대해 그는 “상품을 보면 이미지를 떠올리듯 머릿속에 각인된 예술가의 이름에 내포된 힘이 우리 내부에서 일으키는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물감 통을 활용한 것은 ‘회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회화의 신선함을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화분’ 작업은 그가 원예사 출신이란 점과 연관된다. 그의 화분은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읜 상실의 기억을 담은 작업이다.

“창작을 해온 45년 중 35년은 자전적 작품에 매달렸고 주제도 나 자신이었죠. 하지만 1993년 내가 만든 집을 해체한 것을 계기로 밖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깃발’ 작업을 시작했죠.” 2005년 평양을 방문한 그는 인공기를 펼쳐들고 몰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깃발은 기호가 갖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예술적 제스처임을 강조했다.

“나는 전시를 통해 예술가가 무엇인지, 예술가 자신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가는 소통하는 사람이며 모든 예술은 새로운 시각과 시야를 열어주니까요.” 02-720-152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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